法, 트러스톤운용 BYC 의사록 열람 허가···주주 행동주의 힘 실렸다
法, 트러스톤운용 BYC 의사록 열람 허가···주주 행동주의 힘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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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 요구 확산···기관, (주)SK·SK케미칼·아세아시멘트 잇달아 저격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방법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법원이 BYC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이 제기한 BYC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트러스톤은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기업에 투자한 뒤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냄으로써 수익을 내는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한다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소송에 청구 사유에 대해 BYC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바 있다. BYC의 보유 부동산 가치가 1조원이 훌쩍 넘는데도 고질적인 내부거래와 비효율적 운영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달 15일에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주주들로부터 비판받아온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에스엠은 매년 영업이익의 20~30%를 음악 자문 등의 명목으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지급해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산운용사들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6일 지난 2016년부터 올해 5월까지 BYC와 이 회사 대주주 일가 내지 특수관계기업 사이에 이루어진 거래와 관련된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를 허가해달라는 트러스톤의 신청을 전부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트러스톤은 조만간 BYC본사를 방문해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하고 해당 거래가 이사회 결의를 포함해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면밀히 따져볼 예정이다. 

분석 결과 내부거래와 관련된 각종 의혹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트러스톤은 향후 회계장부 열람청구·주주대표소송· 경영진의 책임규명을 위한 법적조치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한석범 BYC 회장의 장남인 한승우 상무가 최대 주주인 신한에디피스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는 남호석유, 백양, 신한방 등과의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지적해 왔다.

아울러 한 회장의 장녀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제원기업 역시 BYC 본사 사옥 관리 용역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온만큼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이들 관계사와의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러스톤 측은 "2020년 10월부터 BYC주식에 투자해 왔으며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회사 경영진과 1년이상 비공식 대화를 해왔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에 지난해 12월23일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공시한 이후 주주서한발송 등 지속적인 주주활동을 펼쳐 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에는 BYC에 이사회 의사록 열람 청구권을 행사했다"며 "하지만 BYC가 특별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해 지난 5월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를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트러스톤은 BYC의 기업가치가 대주주 일가 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특수 관계 기업과의 내부거래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는 의혹을 규명하고 BYC의 내부거래들이 상법상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BYC는 문제가 된 내부거래는 적법하게 이루어졌으며, 이사회 의사록 열람청구는 주가 부양을 위한 압박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트러스톤의 신청은 주주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BYC 주장처럼 내부거래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유독 저평가받는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의 주원인으로 꼽힌다"며 "이번 법원결정은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BYC에게 뿐 아니라 트러스톤운용은 올해 3월 태광산업에 주주활동을 목적으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주주서한의 골자는 주식유동성 및 배당 확대였다. 당시 트러스톤운용은 이호진 회장 등 태광산업 총수 일가의 ESG 경영 방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태광산업은 16일 종가 기준 77만9000원에 달하는 고가 주식이다. 과거 수년간 1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며 대표적인 현금부자 기업으로도 꼽히지만 배당성향은 0.46% 수준에 머물러 왔다. 트러스톤운용은 태광산업의 배당성향이 국내 상장사 평균 및 화학업종 평균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며 과소배당이라고 평가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2020년 10월 트러스톤ESG밸류크리에이션1호 펀드를 통해 BYC와 더불어 태광산업을 겨냥한 주주 행동주의 행보를 이어 왔다.

한편 올해들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스엠),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 BYC), VIP자산운용(아세아시멘트), 안다자산운용(SK케미칼), 라이프자산운용(SK㈜) 등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에 주주가치 제고를 공격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는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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