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재평가 필요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전문가 기고] 재평가 필요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eunhyung@ricon.re.kr
  • 승인 2020.06.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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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올해에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이 3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지난 2018년에는 14만여 가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2배를 넘어선 셈이다.

이들의 약 90%가 서울에 위치하며,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구성비율은 약 98%로 뛰어오른다. 사실상 서울에 적용되는 세금으로 보더라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이러한 종부세 대상주택의 증가가 물가 상승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면 앞서의 증가치는 납득이 쉬울 것이다.

그간의 실질소득이나 생활수준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종부세의 과세기준에는 물가변동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2003년)의 일환으로 제시되어 2005년부터 시행된 동 제도에 따르면 현재 주택의 경우 개인별 합산 시 공시지가가 6억원(1세대 1주택자는 9억원)을 초과하면 별도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이런 현행기준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처럼 쉽게 예시할 수 있다.

종부세가 논의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서울 2호선 변두리(비강남권)의 아파트(전용면적 84㎡) 분양가가 대략 2억원 수준이었기에 이런 아파트를 3채 갖더라도 공시지가 합산액은 6억원을 쉽게 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이보다 더 고가이거나 다수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에게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별다른 사회반발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 아파트들의 현재 시세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서울에서 신규로 분양되는 가격이 10억원을 넘더라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강남권까지도 그렇다.

이 때문에 종전과 동일한 주택을 장기간 보유했더라도 지금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파트가 2채 이상이라면 일찌감치 그랬을 것이다. 비록 종부세가 도입되던 시기에는 대상자가 아니었더라도 말이다. 지금처럼 고가이거나 여분의 부동산보유를 곱게 보지 않는 정서에서는 일종의 숙명 같은 상황이다.

한편 매매와 함께 부동산시장의 한 축을 차지하는 임대에서는 주택의 소유주가 법인보다는 개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임대물량은 주로 집주인이 직장 등의 문제로 타지역에 거주하거나 2채 이상의 주택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지금은 갭투자라며 매도되지만 입주시점을 지금이 아닌 미래로 잡고 집값상승 등을 감안해 먼저 매입한 주택도 임대시장에 존재한다. 즉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이 임대시장의 매물로서 기능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일반적인 자가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축적한 자산을 운용할 수단이 다양하지 않다. 때문에 시각에 따라서는 지금의 종부세 과세기준은 개인의 여유자금이 가격이 낮은 소형매물에 몰리도록 유도해 오히려 가격상승을 부추긴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종종 제기되는 서민들의 전셋값과 공급 부족 같은 문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상을 종합하면 결국 현행 종부세의 문제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제도의 도입 취지와 현실 간에 괴리가 발생한 과세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제도는 그 나름의 목적을 갖고 도입되지만 사회의 상식 수준과 어긋나는 순간부터 그 제도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규제로 변모한다. 때문에 종부세도 조세평등주의 같은 거창한 이념이나 폐지 등을 논하기에 앞서 과연 동 제도의 현실이 지금 시점에 적합한 것인지, 혹은 득보다 실이 큰 규제인지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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