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금융감독원이 태광산업의 교환사채(EB)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1일 금융감독원은 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량을 기초로 약 3186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다는 결정에 대해 발행 상대방 등에 대한 중요한 누락이 있어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태광산업은 앞서 지난달 27일 장내에서 직접 취득한 자기주식 24만주와 신탁계약으로 취득한 2만1300주, 기타 방법으로 취득한 1만469주 등 총 27만1769주(지분율 약 24.41%)를 교환가액 117만2251원으로 산정해 총 3185억8148만2019원 규모로 EB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EB의 이자율은 0.0%로 매겼다.
하지만 해당 공시에서는 자금 사용 용도나 처분 상대방에 대해서는 기재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는 자사주를 처분할 때 상대방을 이사회에서 결의해야 하고 이를 공시해야 한다.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사회의 결정이 상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트러스톤은 "이사회가 결정해야 할 핵심 사항들이 확정되지 않은 태 발행이 의결된 점은 분명한 상법 위반 행위"라며 "현행 상법 제402조, 이사가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하여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발행주식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해당 이사의 행위 중지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은 또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자사주를 주당 순자산가치의 4분의 1에 불과한 가격에 처분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면서 EB 발행과 관련한 모든 후속 절차의 중지를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번 사태에 대해 "느닷없이 뷰티, 에너지, 부동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3200억원이 필요하니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말 뿐이지 그 어디에도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도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EB 발행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정부의 상법 개정안 통과에 앞서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식 지분을 외부에 이전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대신 EB 발행으로 우호 세력 등 외부에 지분을 넘겨줘 지배력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지분 구조가 변경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