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KB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오랜 기간 'IPO 명가'로 불리며 시장을 주도해온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을 제치고, 신흥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증권이 주관한 상장 기업은 총 6곳이며, 총 공모 금액은 1조2658억원에 달한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주관 실적인 1조811억원을 넘어섰다.
KB증권의 성과는 상반기 최대 IPO였던 LG CNS 상장 주관이 주효했다. KB증권은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과 함께 LG CNS의 대표 주관사로 참여해 1조1994억원의 공모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외에도 삼양엔씨켐, 아이에스티이, 동국생명과학, 심플랫폼, 우양에이치씨 등 중견·중소기업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실적을 다졌다.
반면 전통 강자인 미래에셋증권은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상반기까지 주관한 기업 수는 9개로 KB증권보다 많았지만, 전체 공모 금액은 3466억6300만원에 그쳤다. 서울보증보험(1815억원)이라는 주목도 높은 상장을 주관했지만, 나머지 8건은 모두 공모금액 1000억원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은 7개 기업의 상장을 이끌어 총 1766억600만원의 공모 실적을 기록했고, NH투자증권은 5개 기업의 상장을 주도하며 1297억1800만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삼성증권도 7개 기업의 상장을 이끌며 2850억5000만원의 공모 실적을 올렸다.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 SK엔무브 등 시장의 주목을 받던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 철회하면서, 전반적인 IPO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 강세에 힘입어 IPO 시장은 올 하반기에 더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번째 상장에 도전하는 케이뱅크를 비롯해 한화에너지, 더핑크퐁컴퍼니 등 조(兆) 단위 몸값이 기대되는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상장 주관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월 한 달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총 18개였지만, 올해 5월은 7개에 그쳤다"며 "전반적으로 IPO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이유도 있지만, 예비심사 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IPO 시점에 대한 눈치싸움이 치열한 대어급 기업들은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연초, 내년 상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년도의 실적을 온기로 반영해서 상장 일정을 소화하려는 기업이 많은 특성상 신규 상장 종목의 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공모 규모가 큰 신규 상장 종목도 올해 하반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