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토큰증권(STO) 제도화가 임박했지만, 한국거래소가 운영 준비를 마친 신종증권 장내시장은 여전히 개장되지 못한 채 정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시스템과 제도는 갖춰졌지만, 실제 상장된 상품이 없어 시장 개설이 미뤄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신종증권 매매체결시스템, 상장공시시스템 등 신종증권시장의 운영을 위한 IT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증권 발행을 희망하는 조각투자사들과 논의 중이다. 신종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새롭게 정의된 증권 유형으로,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조각투자 자산 등 비정형 자산이 해당된다.
현재 국회에는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 등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오는 7~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심의 및 본회의 상정이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종증권 장내시장 관련) 시스템과 규정은 다 마련돼 있고, 지난해 봄에는 증권사들과 테스트도 마친 상태"라며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종목이나 상품이 나타나게 된다면 언제라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게 거래소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종목이 확정된다면 차후에 다시 한번 테스트를 진행해 좀 더 정밀하게 준비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2023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토큰증권 유통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돼 신종증권 전용 시장 개설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신종증권의 상장·거래·청산결제 등을 제공하는 별도 장내시장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현재 구조에서는 조각투자회사 등 민간 발행사가 발행한 투자계약증권 등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되고, 증권사는 매매를 중개한다. 투자자들은 기존 증권사 계좌를 활용해 일반 주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장내시장 개장은 상품 부족으로 멈춰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 상장을 위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내 상장을 위해서는 자기자본 20억원 이상, 공모금액 30억원 이상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기초자산에 대한 소유권 문제 등 법리적 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현재 증권 발행을 희망하는 여러 발행사들과 협의 중이나, 아직 접수된 상품은 없다"며 "조각 투자 관련 시장이 많이 위축되면서 장외시장으로도 유통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있어, 장내시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STO 법제화·제도화가 진행되고 시장이 좀 더 안정적으로 형성되면 장내시장에서의 유통에도 관심을 갖는 곳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조각투자사 관계자는 "장외에서는 비교적 유연하게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 반면, 장내로 진입하면 복잡한 심사와 규제를 감수해야 한다"며 "실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내 상장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내 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진입장벽이 초반에는 높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 기반의 유통 시스템이 자산 유통 시장을 성숙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와 거래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제도화 된 시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