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 이종오 한국사회투자책임포럼 사무국장, 민병덕 국회의원,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금융 10대 정책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왼쪽부터)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민병덕 국회의원,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금융 10대 정책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재생에너지 전환 등 친환경 정책을 약속한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국가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한국의 경제·금융시스템을 '기후 대응'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일환으로 한국은행을 녹색중앙은행으로 전환하고, 기후투자공사를 설립해 공공·민간이 공동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지속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간 기후 싱크탱크 3곳(녹색전환연구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플랜1.5)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금융 10대 정책 제안'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기후 싱크탱크는 "이재명 정부의 임기는 2030년까지로,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과 2050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 골든타임을 이 정부가 책임지게 됐다"며 "실질적인 기후대응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후대응 역량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반에 내재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법·제도·시장 구조는 기후위기 대응에 미흡한 실정이다. 예컨대, 일부 녹색금융 정책의 경우 실제 화석연료 투자 확대 등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가까운 결과를 낳고 있고 화석연료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 체제 역시 견고한 상황이다.

이에 이들 단체는 단순 기후대응을 넘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내용의 '기후금융 10대 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한국은행을 '녹색중앙은행'으로 전환해 기후리스크가 반영된 정교한 통화신용정책을 구사, 민간 자본의 기후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 중국 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기후대응 추세를 한국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녹색중앙은행을 통해 △신용정책(녹색금융중개지원대출·금융기관 기후성과평가) △담보정책(녹색채권 우대·갈색자산 배제) △자산매입 정책(중앙은행 자산 탈탄소화·녹색채권매입 프로그램으로 에너지 전환 지원)을 시행,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후정보와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공시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공적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도 기후리스크를 자산건전성 평가 시 의무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금융당국도 관련 감독지침을 만들어 탈탄소 경제활동으로 자본을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기후공시 법정 의무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2027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한편, 국제기준과 정합성 있는 ESG 공시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금융활동을 통해 배출하는 탄소(금융배출량) 정보까지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금융배출량까지 정보가 명확히 드러날 때, 시장은 비로소 녹색투자와 갈색투자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녹색채권의 투자 왜곡을 막기 위해 택소노미 체계를 전면 손질하고, '전환금융'은 독립된 프레임워크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국책은행 등 모든 공적금융기관이 자산포트폴리오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하고 그 일환으로 기금·기관 평가에 기후투자실적 항목을 넣어 민간 금융기관의 기후대응을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이날 제시된 정책들을 연계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후금융 '컨트롤타워'인 기후투자공사를 설립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단기적 그랜트나 융자가 아니라 중앙 정부와 공기업, 민간이 공동출자해 지속가능한 투자 파트너십을 만들고 녹색산업전환의 자본 기반을 책임질 공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 △ESG 기본법 제정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및 실효성 제고 △기후퇴직연금으로 퇴직연금 지속가능성 제고 △택소노미 강화로 자본시장 그린워싱 방지 등의 방안들도 기후위기 대응 정책으로 제시됐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자본의 대이동이 없는 근본적인 경제적·사회적 변화는 없다"며 "공적금융과 민간금융 자본이 기후경제와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에 대규모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후금융 10대 정책 제안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립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아울러 '국회 ESG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민병덕 의원을 통해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관련 상임위에도 공식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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