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예금금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주 KB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최대 0.25%포인트(p) 인하해, 농협·인터넷은행 등과 함께 예금금리 인하 행렬을 이룬다. 기준금리(연 2.50%)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속출하는 가운데, 주로 예금 자산의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층 등 이자생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9일부터 3개 정기예금(거치식 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상품·만기·이자지급 방식에 따라 연 0.10~0.25%p 낮추기로 했다. 대표 수신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기본금리 상단은 2.40%에서 2.20%로, 1년 만기 기준 금리는 2.40%에서 2.15%로 0.25%p 떨어진다. 일반 정기예금과 국민슈퍼정기예금(고정금리형)도 3년 이상 맡겼을 때 적용되는 최고 기본금리가 2.40%에서 2.20%로 하향 조정된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날 정기예금 2개, 정기적금(적립식 예금) 2개, 입출금식 2개, 판매종료 예금 상품 11개의 기본금리를 일제히 0.20~0.25%p 인하할 예정이다. IBK평생한가족통장(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2.45%에서 2.25%로 0.20%p 내리고, IBK중기금로자우대적금(정기적금) 기본금리도 2.75%에서 2.50%로 0.25%p 떨어진다. 판매종료 상품의 경우 만기 후 재예치 시 낮아진 금리가 적용된다.

두 은행 모두 "한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금리가 낮아져 더 싼 값에 돈을 조달할 수 있는데, 굳이 높은 예금금리로 자금을 유인하고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뜻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통계 자료를 보면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5일 기준 2.539%로 한 달 전(2.640%)보다 약 0.1%p 내렸고, 1년물 금리도 2.571%에서 2.528%로 하락했다. 같은 이유로 지난 2일 SC제일은행도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20%p 낮췄고, NH농협은행도 정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p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도 지난달 말 한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예금 금리를 일제히 0.10~0.30%p 내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일 기준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50~2.85%다. 최고금리는 예금 기본금리에 우대금리 등이 더해진 것으로, 실제 금융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에 가깝다. 5월 4일 기준(2.58~3.10%)과 비교하면 약 한 달 사이 상단과 하단이 0.08~0.25%p 떨어졌다. KB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현재 2.55%로, 2022년 6월 이후 가장 낮다. 9일 기본금리가 0.25%p 내리면 최고금리도 같은 폭은 아니더라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코스) 기준 올해 4월 예금은행 정기예금(1년 만기) 가중평균 금리는 2.73%로, 2022년 6월(2.73%) 이래 최저다. 5대 은행 대표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현재 2.15~2.55%로, 상당수 상품이 한은 기준금리(2.50%)를 밑돌고 있다. 최고금리의 경우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2.50%), KB스타 정기예금(2.55%),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2.55%),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2.55%), NH농협은행 NH내가Green초록세상예금(2.55%)이 겨우 기준금리와 같거나 약간 웃돌지만, 조만간 대부분 2.50%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주식예탁금은 지난 2일 기준 60조1887억원으로, 2022년 6월 2일(61조6321억원) 이후 약 3년 만에 최대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커진 주가·집값 상승 기대로 자산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오는 9월부터 2금융권 예금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면, 은행권에서 예금 이탈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은 예금금리가 계속 낮아지면서 자금이 예금에서 주식·코인·부동산 등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 예금금리 인하를 인위적으로 막기 어렵다"며 "젊은 계층은 주식·가상자산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금을 선호하고 이자로 생활하는 고령층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있었지만, 증시·부동산 기대가 커지면서 점차 예금 이탈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9월부터 2금융권 예금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늘어나면 은행 예금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