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전동화 흐름 속에서도 고성능 자동차의 상징으로 자리해 온 V8 엔진의 존재감은 여전히 뚜렷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는 이를 입증하듯,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메르세데스-AMG GT 55 4매틱+'를 국내에 선보였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의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직접 차량을 체험해봤다.
GT 55는 지난 2015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약 10년 만에 풀체인지된 모델로, 지난 4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첫 공개됐다. AMG 특유의 모터스포츠 DNA를 계승한 주행 성능과 더불어, 일상 속 활용도까지 높아진 것이 이번 신형 GT의 주요 특징이다.
2세대 AMG GT 55는 외관부터 한층 정제된 역동성을 담았다. 긴 보닛 위 파워돔, 근육질의 휠 아치, 21인치 AMG 단조 휠 등이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하며, 고속 주행 시 공기저항을 줄이는 액티브 에어로 다이내믹 설계도 함께 적용됐다.
실내는 이전 세대와 달리 2+2 접이식 시트를 탑재해 실용성을 높였다. 트렁크 용량도 기존보다 약 두배 커진 675리터까지 확장 가능하다. 이외에도 11.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나파 가죽 스티어링 휠, 파노라믹 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 국내 소비자 선호 옵션을 기본 탑재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AMG의 상징인 V8 4.0ℓ 바이터보 엔진이 보닛 아래 자리한다.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 토크 71.4kgf·m의 강력한 힘을 자랑하며, 깊게 밟은 가속페달과 함께 터져 나오는 배기음은 운전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실제 트랙에서 체험한 직선 가속 구간에서는 강렬한 배기 사운드와 함께 차량이 매끄럽고 빠르게 치고 나갔다.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차체의 쏠림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주며, 헤어핀 코너에서는 뒷바퀴 조향 기능이 민첩한 회두성을 보여줬다. 최대 2.5도까지 조향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예상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코너 탈출을 가능케 했다.
메르세데스-AMG GT 55 4매틱+는 단지 성능만 강조한 '서킷 전용 머신'이 아니다. 주행 성능은 물론, 실내 편의성과 적재 공간까지 고려해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스포츠카로 거듭났다. 이러한 균형감이 고가의 고성능 차량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최근 시장 분위기와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이번 2세대 모델 출시에 맞춰 '론치 에디션'도 10대 한정으로 선보인다. 전용 컬러 조합, AMG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 등 한층 강화된 구성이다. 가격은 기본 모델이 2억5600만원, 론치 에디션은 2억3660만원으로 책정됐다.
고성능 내연기관 차량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동화 흐름 속에서 V8 엔진은 점차 역사 속으로 퇴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MG GT 55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운전의 즐거움'을 전달한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GT 55는 V8 엔진의 성능과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일상성과 첨단 기술까지 결합한 균형 잡힌 스포츠카"라며 "고성능 자동차의 전환기 속에서 소비자에게 매우 설득력 있는 제안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