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현대건설이 이한우(55) 대표이사가 공개한 중장기 성장 전략 'H-로드(Road)'에 발맞춰 에너지 중심 성장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원전사업은 물론 초전도 기반 핵융합로 기술 개발을 위한 진용을 갖추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사전업무착수계약(EWA) 대상자로 선정됐다.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포괄적 타당성 조사에서 현대건설·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을 포함한 3곳 업체를 사전업무착수계약 대상자로 선정했다. EWA에 선정된 공급사는 프로젝트 실행에 요구되는 기술 성숙도를 평가하고 인허가 관련 내용을 검토하는 등 AP1000(3세대 원자로) 건설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계획을 수립한다.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와 슬로베니아 원전 사업에도 참여한다. 슬로베니아 국영 전력회사 젠 에너지는 수도 류블라냐에서 동쪽으로 약 80㎞ 거리인 크르슈코에 AP1000 노형 대형원전 1기를 신규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과 유럽개발기금(EDF)가 올 초 최종 공급사 후보로 선정돼 기술타당성조사(TFS)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2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AP1000 원전 글로벌 시장 공동 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은 이후,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진출 시장을 점차 확대하며 협력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이한우 대표를 비롯한 에너지 부문 주요 경영진이 미국을 방문해 웨스팅하우스 경영진과 긴밀한 협력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불가리아 신임 내각 주요 인사들과 면담하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또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핵융합 발전 분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서울대와 '초전도 기반 핵융합로 기술 개발 및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핵융합 발전은 수소 등의 연료를 플라스마 상태에서 1억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해 원자핵을 결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원료가 풍부하고 폭발 위험성이 낮아 안전한 데다 배출가스와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이 적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차세대 에너지로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만큼 고도의 기술적 과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주요 기관과 기업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서울대는 이번 협약을 발판 삼아 국내외 초전도 기반 핵융합로와 핵융합용 초전도에 대한 연구 및 기술 개발, 사업화 등의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이어 핵융합 발전까지 에너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달 28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CEO 인베스터데이(Investor Day)'에서 공개한 중장기 성장 전략 H-Road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사업 확대 전략인 H-Road를 발표하며 SMR과 수소 등 에너지 전환 사업을 강화해 2030년까지 수주와 매출을 각 40조원 이상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영업이익률도 8% 이상(연결 기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H-Road 주요 키워드는 △에너지 트랜디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 △글로벌 키 플레이어(Global Key Player) △코어 컴피턴시 포커스(Core Competency Focus) 등 세 가지다.
이를 통해 현대건설은 대형원전과 SMR 등 원자력 사업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원자력의 생산-저장-운송-활용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한다. 고유 원전 브랜드도 만든다. 또 에너지 안보 강화를 목표로 인프라 건설 기회가 증대되고 있는 유럽 주요 국가에서 대형원전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SMR 표준 설계 확립 등 공급망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H-로드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에너지 분야 매출 비중을 21%까지 늘릴 것"이라며 "공간을 넘어 시대를 창조한다는 사명감으로 인간과 기술, 자연의 조화 속에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