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강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을 포함한 서울·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출을 조이는 한편, 비수도권 지역의 대출 문턱은 낮추고 있다. 금융당국이 4월 이후를 가계부채 증가세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으로 보고 있는 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은행권 '핀셋 관리'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NH농협·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가계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일부터 토허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를 제외한 지역에서 유주택자의 구입자금 목적용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가계대출이 무섭게 불어나자 전 지역에서 유주택자의 주택구입용 가계대출을 중단했는데,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이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같은 날 NH농협은행은 비수도권 지역 대상 대면·비대면 주담대 최장기간을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전지역 주담대 최장 한도를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는데, 이를 5개월 만에 완화하기로 했다. 대출 최장기간이 늘어나면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데, 비수도권 지역의 규제를 완화한 셈이다.

우리은행도 앞서 지난달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 대출 최장기간을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했다. 우리은행 역시 가계대출이 급격히 불어나던 지난해 9월 주담대 최장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인 바 있는데, 이를 비수도권에 한해 7개월 만에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들은 비수도권에 대한 가계대출 규제는 풀고 있는 반면, 토허제 등 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출규제는 강화하거나 유지하고 있다. 투기위험이 높은 서울·수도권 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추는 한편, 상대적으로 자금 공급이 필요한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는 '핀셋규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비수도권 대출 최장기한을 연장했던 우리은행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지역에서 유주택자 주담대 취급은 제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유주택자 주담대 규제를 완전히 해제했으나, 토허구역 해제 여파로 가계대출이 급증할 조짐을 보이자 해당 지역에 한해 대출을 다시 조이기로 한 것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서울지역 유주택자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제한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은 이달 3일부터 서울지역 유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대출을 중단했다.

이 밖에 국민은행은 유주택자 수도권 주담대 취급제한 조치를 유지하는 한편, 수도권 주담대 최장기간(기존 50년)도 30년으로 줄인 뒤 해당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의 수도권 대출규제 강화 조치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침에 맞춰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토허구역이 해제된 지난 2월 중순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계약 건수가 늘어 4월 이후 가계대출이 급격히 불어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토허제 해제 발표 다음날인 지난 2월 13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39일간 서울 전체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9665건으로, 해제 발표 직전 39일간(1월 4일~2월 11일) 거래량(4559건) 대비 약 2.1배 많았다.

통상 주담대는 부동산 계약 후 1~2개월 시차를 두고 실행되기 때문에 토허제 해제기간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면서 4월부터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당국도 지난 9일 개최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지난 2월 서울 일부 지역 규제 완화 이후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인한 주담대 승인물량은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강남3구 등 서울 주요 주거선호지역을 비롯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지역별 4~5월 중 가계대출 증감 추이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4월 이후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대출관리 압박이 강해질 수 있는 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반면, 대출취급 축소에 따른 손실을 방어하고자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대출 요건은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토허제 해제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숫자로 확인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4~5월 이후까지는 최소 수도권에 한해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대출이 은행의 핵심 수익원이기 때문에 투기 영향이 크지 않은 비수도권에 대해선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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