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피인수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동양생명이 재무건전성에 발목 잡혔다.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이 조건부 승인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피인수에 청신호가 들어왔지만, 급격히 하락한 지급여력비율이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당국이 자본의 질을 강조한 가운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60%대까지 추락하면서 자본확충 부담이 커졌단 진단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동양생명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문구 대표의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지난해 선임 당시와 동일한 임기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대표는 취임 당시에도 1년이란 짧은 임기를 부여받았다. 통상 보험사 CEO들의 임기의 경우 기본 2년에 1년 연임을 허용하는 '2+1'을 채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독 짧다는 평가다.
이런 결정에 대해 업권에서는 우리금융에 대한 피인수를 앞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과 경영실태평가등급 강등 등 악재에 M&A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과거 우리금융의 LG투자증권 인수 사례 등을 근거로 조건부 승인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요건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거기에 따라 결론을 내겠다"는 발언 역시 조건부 승인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문제는 악화된 재무건전성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일정 수준 이상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기준 하회시 경영개선 요구나 명령,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만약 피인수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안정성이 낮다고 판단될 경우 당국이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토록 요구하거나 인수를 제한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155.5%로 전년 대비 37.9%p나 급락했다. 경과조치가 적용되지 않았음을 감안해도, 권고치(150%)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당국이 강조한 기본자본의 경우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기본자본은 1조6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3%나 감소했으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66.0%로 일년새 37.1%p나 급락했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보험계약자산의 순금융손실이 1조원 넘게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업권에선 금융당국이 지급여력비율 권고치를 현행(150%) 대비 10~20%p 낮추는 대신, 80~100%가량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을 권고치로 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명백히 미달된다.
인수 주체인 우리금융의 증자 역시 제한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2.08%로 3분기 대비 0.13%p(포인트) 개선됐지만, 13%를 웃도는 다른 주요 금융지주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장 인수 관련 승인 여부도 확정되지 않아 언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자구책이 우선이고 그룹 차원의 증자 등은 후순위라 생각한다. 추후 인수가 확정된다면 당국의 요구에 맞춰 개선사항을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양생명 역시 자본을 자체 확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동양생명은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작년말 기준 3072억원 규모의 투자부동산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올해 초엔 7000억원 상당의 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발행시기와 종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권에선 기본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될 경우 단순 계산상 동양생명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94.1%까지 상승, 피인수 관련 재무건전성 우려는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동양생명 관계자는 "인수 관련 당사는 종속 변수다. 자본확충 계획은 제도변경에 따라 재무적 안정성을 가져가기 위함이지 피인수 준비와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