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DL이앤씨가 재무와 디자인 담당 임원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불황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를 시작한다.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사업 확장보다는 재무 관리와 브랜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생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정은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인 CFO와 CDO를 유지하면서 이사진으로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기존 사내이사 2인 체제에서 주택사업본부장을 겸하는 박상신 대표, 김 CFO, 이 CDO 등 3인 체제로 재편된다.
김 CFO와 이 CDO의 이사진 합류는 DL이앤씨의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 CFO는 주택사업의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고, 재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DL이앤씨에 합류한 김 CFO는 1968년생으로 판토스와 LF푸드 CFO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로, 재무 관리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다. CFO 선임 이후 첫 주요 임무였던 공모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회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DL이앤씨는 현재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김 CFO의 재무 전문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DL이앤씨의 연결기준 유동비율은 154.3%에서 155.8%로 개선됐으며, 부채비율은 95.9%에서 100.4%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711억원, 순현금은 994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입 규모는 직전년도 대비 소폭 줄어든 1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김 CFO가 회사의 재무 전략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확보한 덕분이다.
DL이앤씨는 창사 이래 첫 여성 사내이사로 이정은 CDO를 선임하며, 본업인 주택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 CDO는 2023년 9월 CDO로 선임된 후 지난해 10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이사회에 합류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의 BI(Brand Identity) 변경, C2하우스(특화설계 브랜드) 수립, 아크로 갤러리 개관 등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이 CDO는 D이노베이션센터(D-IC) 실장도 겸하고 있으며, 건축 설계, 상품 개발, 신기술 도입 등 회사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택통' 출신의 박 대표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DL이앤씨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임원 2명을 사내이사로 합류시키면서 경영 전략 수립 과정에서 이들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내이사의 선임은 단순히 이사회에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경영 전략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더 나아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 CFO는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 CDO는 브랜드 가치 강화를 통해 회사의 시장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다.
사내이사는 회사 내부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회사가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빠르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김 CFO는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해, 이 CDO는 브랜드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DL이앤씨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울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김생규 CFO를 선임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 및 회사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적임자로 이정은 CDO를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과 건설 경기 불황 속에서 수익성 회복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DL이앤씨의 연간 실적은 매출 8조3184억원, 영업이익 27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1%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18.1%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26%로 전년 대비 0.88%포인트 감소했다. 올해 연간 가이던스를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실적이 이 가이던스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6.67%에 이를 전망이다.
아크로 브랜드 차별화를 통해 주택사업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아크로 리츠카운티 주택전시관에서 고객 맞춤형 인테리어 서비스 '디 셀렉션'을 공개하며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또한 통합 업무 매뉴얼을 기반으로 품질, 안전, 원가 등 핵심 지표에서 기업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고강도 혁신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택사업 부문은 기존의 도시정비사업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바탕으로 서울의 주요 대규모 정비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DL이앤씨의 수주 실적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1조1800억원에 그쳤지만,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잠실 우성 4차와 도곡 개포한신 재건축 등의 알짜 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올해 수주 목표액은 3조원으로 설정했으며, 서울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비롯해 성수, 여의도 등 주요 지역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박상신 대표는 "올해 모든 사업 추진은 현금 흐름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수익성이 충분히 확보된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며 "주택사업은 도시정비사업과 공공사업 위주로 추진하며, 리스크 관리와 원가 개선을 통해 이익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