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가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결정을 번복하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아파트까지 지정 대상 지역을 전격적으로 확대했다. 이는 토허제 해제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역의 2200여 개 아파트 단지다.
20일 서울파이낸스 취재를 종합해보면 전문가들은 시장 혼선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불과 한 달 만에 정책이 뒤집힌 것을 두고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부동산 시장에서 단기적인 방향 전환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며 "이번처럼 단기간에 번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9월까지 재지정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일시적으로 거래를 억제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토허제를 풀어 집값을 올려놓고, 한 달 만에 다시 확대 지정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며 "금리, 대출 규제,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 등 복합적인 문제를 토허제 하나로 해결하려 한 것이 패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조치로 거래량은 줄고 신고가는 계속될 것"이라며 "사유재산 침해 논란과 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토허제 확대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자금력을 갖춘 수요층은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투자처를 찾을 것이며, 규제가 지속될 경우 특정 지역으로 부동산 자산이 집중될 위험이 있다.
시장에서는 24일 이전에 거래를 마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허제로 묶이지 않은 영등포·마포·서대문구 등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미 매매계약을 진행 중인 매도·매수자는 오는 23일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거래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거래 시점을 앞당기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등 시장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의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제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지역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영등포(여의도), 마포, 광진, 강동, 동작, 서대문구 등에서 갭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소장 역시 "23일 이후에는 전세를 끼고 거래하는 것이 어려워지므로 매물이 회수되거나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마포, 강동, 동작 등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마포, 성동, 과천 등 토허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가 지정을 시사한 만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거래 수요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재지정이 단기적으로 거래량을 위축시킬 수는 있지만,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함 랩장은 "강남권과 용산구가 규제로 묶이면서 갭투자나 ‘포모(FOMO, 놓칠까 두려운 심리)’ 수요가 줄고, 거래 시장도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서울의 낮은 공급 진도율, 준공 물량 감소, 봄 이사철 임대차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매가를 실질적으로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토허제의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고 국지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정책 하나가 모든 시장 요인을 바꿀 수는 없다. 금리, 대출 규제, 시장 심리 등 다양한 요소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보다 대출 규제가 더 중요한 요소이며,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며 "이와 비교하면 토허제는 비교적 작은 변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규제 시행 후 단기적으로 거래량과 가격 상승폭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동 등 기존 토허제 지역들의 사례를 봐도 결국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미 자금력이 충분한 초과 수요 지역인 만큼, 가격 안정이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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