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 4구역 일대 모습 (사진=김예온 기자)
장위 4구역 일대 모습 (사진=김예온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현재 일시적으로 물량이 많아 가격이 떨어졌어요 근데 2년뒤 전세 갱신할 기간이 다가오면 다시 가격은 주변 시세로 회복될 것으로 보여요."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 입주예정자 A씨의 말이다. 입주가 코앞인데도 A씨의 목소리에는 조급함이 없었다. 주변 시세가 하락했는데도 왜 입주예정자들은 담담한 걸까?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성북구 장위 재정비 촉진사업 현장으로 향했다.

11일 기자가 찾은 자이레디언트는 입주를 앞둔 탓인지 인부들은 조경 등 작업에 한창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돌곶이역에서 대략 5분정도 소요됐다. 단지는 석관지구중심특별계획구역2신축아파트(2026년 예정)와 푸르지오 라디우스파크1단지(2027년 03월 예정) 등 아직도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공사장과 맞닿아 있어 예상치 못한 소음과 건설 자재 이동으로 도로 다소 혼잡한 모습이었다.

단지를 둘러보며 느낀 점은 입지의 장점이었다. 성북구에 위치한 다른 아파트들은 대개 경사진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곳은 역과 가까운 평지에 자리잡고 있어, 도보 이동이 편리했다.

이런 입지와 신축에도 불구하고 전세 매물은 증가하고 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광고판에는 전세 매물이 많이 게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 인근 공인중개사들 한목소리로 "올해 성북구 이문동, 장이동에 신축 물량이 많아서 그렇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북구는 장위 재정비 촉진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의 범위는 장위 1·2·3동, 월곡동, 그리고 노원구 월계동까지 포함된다. 이 외에도 광진구와 동대문구에서 대규모 입주 계획이 진행 중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주요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1만4734가구 중 65%(9603세대)가 동북권에 몰려있다. 올해 상반기 입주 예정 물량은 △1월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 △3월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1065가구) △6월 동대문구 휘경자이디센시아(1806세대) 등 5940세대에 달한다.

이처럼 매머드 입주 물량이 몰려 있다 보니, 전세 매물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세 물량 급증으로 집주인들이 부담을 느껴 전셋값을 내렸고,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성북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다급한 집주인들이 작은 평형 전셋값을 4억5000만원 이하로 내렸지만, 그 가격도 회복돼서 계약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저렴한 매물이 없어 원하는 매물을 찾기 힘들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자이레디언트 단지 입주 공사가 한창이다.(사진=김예온 기자)
자이레디언트 단지 입주 공사가 한창이다.(사진=김예온 기자)

전문가들은 서울 내 신축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3일 기준) 133.8로, 전달 대비 4.9%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강북 14개 자치구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5.8'에서 '129.1'다. 전세수급지수는 공인중개사무소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지수화한 통계다. 100을 초과할수록 주택 전세를 원하는 수요자 많다는 의미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26만3330가구로 작년대비 36만4058가구 비해 10만 가구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공급을 맡은 경기도에서 4만6000가구가 줄었으며, 서울 물량이 다소 늘어도 전반적인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대비 약 40% 감소한 6만9642가구로 예상된다. 또한 수도권 전체 입주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성북구 전세값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히고 있다. 일례로 서울 송파와 둔촌의 사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19년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 입주로 일시적으로 과잉 상태가 되면서 전용 84㎡ 전셋값은 2020년 11월 6억900만원까지 내려갔지만 현재 10억원으로 상승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도 전용 84㎡ 전세값은 7억6884만원(2024년 4월)에서 현재 10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입주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물량이 많아 저렴한 전세 매물이 나오지만, 입주가 마무리되고 매물이 제한되면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특히 2년 후 재계약 시점에는 더 높은 가격에 갱신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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