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이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쇄신형' 이사진 꾸리기에 분주하다.
사외이사의 70% 가량이 이달 임기가 종료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이사회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일부 금융지주사에선 일찍이 내부통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8명 중 71%인 27명이 이달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KB금융의 경우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권선주(이사회 의장) △오규택 △조화준 △여정성 △최재홍 △김성용 등 6명의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최대 임기를 5년으로 두고 있는데, 권선주 의장과 오규택 이사가 임기 5년을 채워 이달 주총을 끝으로 이사회를 떠나야 한다. 권 의장과 오 이사는 각각 리스크관리 분야와 금융·재무 분야 전문가로 꼽히던 인사들이다.
두 이사의 빈자리는 차은영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이사가 채운다. 앞서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9일 두 인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차 교수는 여러 경제·금융기관에서 자문 역할을 맡은 전문가다. 김 대표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모두 보유한 회계 전문가이자 ESG를 전공한 경영학 박사다.
KB금융 이사회는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권선주·조화준·여정성)이 여성인데, 권 의장의 빈자리를 차 교수가 채우면서 이 비율도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정찬형(이사회 의장) △윤인섭 △윤수영 △신요환 △지성배 등 5명의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이 중 회계·통계 전문가인 윤인섭 이사를 제외하고 4명은 새 인물로 교체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CFO,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김춘수 전 유진기업 대표 등 4명을 추천했다.
새 사외이사들 면면을 보면 경제·금융, 재무, 리스크관리,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특히, 김춘수 전 대표는 유진기업에서 초대 윤리경영실장을 역임하는 등 리스크관리·내부통제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부당대출 등 대형 금융사고의 중심에 있던 터라 기존 사외이사들을 대거 교체하고 내부통제 전문가를 영입하며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아울러 이사회 내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수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해 그룹의 리스크 감시·대응 역량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의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임기 만료 사외이사 중 이정원 이사회 의장이 퇴임하기로 했으며 빈자리는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가 채우기로 했다. 박동문·이강원·원숙연·이준서 이사는 재선임 후보로 추천됐다.
새롭게 추천된 서영숙 후보는 SC제일은행에서 여신심사부문장을 맡은 바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내부통제 일환으로 여신프로세스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전문가 영입을 통해 내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조언을 얻을 전망이다.
신한금융 또한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7명이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임기 종료 이사는 △윤재원(이사회 의장) △진현덕 △곽수근 △배훈 △이용국 △최재붕 △김조설 등 7명이다. 다만, 신한금융 사외이사의 최대 재임기간은 총 6년이고 아직 6년을 모두 채운 이사가 없다는 점에서 변화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6명 중 4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김병화 이사(이사회 의장)와 길재욱 이사를 제외한 서은숙·이윤석·이종화·하경자 등 4명의 임기가 끝난다. 다만, 4명 중 연임 제한에 걸리는 이사는 없어 중임이 가능하다.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교체 움직임은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동안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각종 경영 안건에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부당대출 등 금융권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사회의 역할이 소홀했기 때문이란 지적을 내놨다. 올해부터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이사회의 역할을 주문하면서 이사진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해소되지 않는 사외이사 '구인난'에 금융지주사들의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인력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옥죄기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을 느낀 인사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는 금융지주사들이 최장 임기를 채우지 않은 사외이사들을 대부분 중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대 금융 가운데 현재까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마친 KB금융은 임기 만료 6명 중 4명을, 하나금융은 5명 중 4명을, 우리금융은 5명 중 1명을 각각 중임 추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교체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인재풀이 넓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다 맞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이사회 책임론까지 거론될 수 있기 때문에 풀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