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한 배경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비상계엄사태 이후 내수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미국 신정부 관련 불확실성이 가세하며 국내 경제주체들의 경기심리가 예상보다 더 크게 악화됐단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하 시계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조원 규모의 역대급 추경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 관세 정책과 구조적 측면의 수출 증가세 둔화 등 상방보단 하방 쪽 리스크에 노출된 부분이 크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5월 추가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5일 한은 금통위는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에서 2.75%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11월 연속 인하 후 첫 금리 인하로, 국내 기준금리가 2%대에 머문 것은 지난 2022년 10월(2.5→3.0%)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하 결정에 대해 예상과 부합한다는 반응이다. 지난 1월 금리동결의 핵심요인인 환율이 현재 1430원대로 안정화된 데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큰 폭 하락하며 내수진작을 위한 금리인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예상(1.6%)을 하회했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날 금통위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0.4%p나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1.8%가 유지됐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이 역시 하향 조정이란 평가다.
성장전망을 하향 조정한 핵심 근거는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다. 한은은 올해 재화수출(실질 GDP 기준)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0.9%로 대폭 하향 조정했으며, 민간소비 역시 2.0%에서 1.4%로 낮췄다.
특히 수출의 경우 중국 제조업의 과잉공급이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가세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대중국 추가 관세는 예정대로 부과된 데다, 철강·자동차 등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하방 쪽의 불확실성에 더 크게 노출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금리인하 사이클에 있다"고 강조했으며, 현재 2.75%의 금리 수준이 중립금리 상단으로 경기에 제약적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직접적으론 연내 1~2회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금리인하의 핵심 변수는 추경이다. 앞서 정부는 상반기 예산 신속 집행에 이어, 추경을 포함한 추가 경기 보강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추경 규모는 20조원이며, 정부는 추경 집행시 경제성장률을 0.2%p 정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경제전망에선 미국 관세정책 등 하방리스크가 반영된 반면, 추경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시장에서는 1분기 경제지표를 반영할 수 있는 4월 추경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경우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추경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의 하락을 보완하는 역할이다. 20조원 이상의 추경은 여러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현재 금리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 등 여러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기업투자나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성장전망 자체가 추가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라는 점, 현재 상방보다 하방리스크에 노출된 부분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필요성이 퇴색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다음 인하 시점으로 5월, 연내 추가 인하 횟수는 2회로 전망하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추경에 따른 통화정책 속도 조정 가능성을 예단키 어렵지만, 현재의 통화정책 경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총재 발언을 고려시 추경 규모가 파격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재정정책 시행으로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경 효과를 감안해도 총재 언급처럼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면 저성장 우려는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상호관세나 자동차·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의 영향이 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5월과 8월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이복현 "금리인하 효과 충분치 않아···가산금리 점검"
- [전문] 금통위 "내수·수출 동반 부진···경기 하방압력 완화해야"
- 암울한 경제 전망에 '내수 살리기' 나선 한은···금리 0.25%P↓(2보)
- 한은 금통위, 2.75%로 인하···2년 4개월 만에 2%대 (1보)
- [포토] 금통위 의사봉 두드린 이창용 한은 총재
- [주간환율전망] 점증하는 'S 공포'에 달러 약세···1430원대 공방전
- [주간증시전망] 코스피, 저평가 매력 부각 강세···'반도체·엔터' 주목
- [일문일답] 이창용 "내년 1.8% 성장률···그게 우리 실력"
- 금융위 "미국 중심 경제질서 전환 속도···시장안정 노력 지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