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롯데타워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부회장).
서울 잠실롯데타워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부회장).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 혁신 기조가 담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연임했다. 박 부회장이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건설에 '구원투수'로 나서 재무구조 개선을 이끈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건설은 기존 재무건전성 기조를 이어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 감축과 부채비율 개선 등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도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8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 부회장은 최근 롯데그룹에서 단행한 정기임원 인사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앞서 롯데그룹 지난달 28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임원 22%가 퇴임하고 대표이사 21명이 교체됐다. 이런 고강도 인사에서 박 부회장이 살아남은 건 위기관리 능력과 재무구조 안정 성과를 높이 평가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그룹 대표 '재무통'으로 꼽힌다. 그는 1960년생으로 경북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했다. 1999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롯데정책본부로 옮겨 조정실과 운영실을 거쳤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맡으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리스크를 관리해 왔다.

박 부회장은 강원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재무 이슈로 인한 롯데건설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임됐다. 당시 롯데건설은 박 부회장을 대표로 선임하며 "뛰어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으로 롯데건설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취임 직후 PF 우발채무(당사보증)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2022년 말 6조8056억원에 달했지만, 2023년 말에는 5조4224억원으로 20.3% 감소했다. 올해 우발채무 규모는 전년 대비 32.4% 줄어 올해 말까지 약 3조662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건설은 내년에도 비슷한 감소폭(32.5%)을 유지해 전체 우발채무 규모를 약 2조4741억원으로 줄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등을 통해 전체 규모를 자기 자본의 100% 이하인 2조원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부회장 취임 후 롯데건설의 부채도 줄고 있다. 롯데건설의 총 부채는 2022년 말 기준 6조9537억원에서 지난해 6조2157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3분기 5조9016억원까지 줄었다. 3년 만에 총 부채가 1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022년 말 기준 265%에서 지난해 235%, 올해 3분기 기준 217%까지 떨어졌다. 롯데건설 측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1분기 내 부채비율 100%대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박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상반기 PF 우발채무 중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미착공 도급사업(2조6000억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40%가량은 광역시와 기타 지방이다. 55.8%에 달하는 주택부문 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건설업계의 불경기가 심각하고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돌파구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그룹 전체로 번진 상황에서 계열사 지원이 어려워진 만큼 자체 회사는 사업성 개선을 통한 '홀로 서기'에도 나서야 한다. 2022년 유동성 위기 당시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에서 5876억원, 롯데정밀화학에서는 약 30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은 바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물산 등 계열사에서 신용공여를 통해 조달한 3000억원은 내년 상반기 중 상환이 예정돼 있다.

이 밖에 건설업 불황 속에 신성장 동력 확보도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박 부회장은 신사업 육성을 위해 미래사업준비팀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서 경쟁력을 키워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올해는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과 함께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업을 육성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건설업 AI 신기술 발굴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