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는 내년 3월 전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각 사
(사진 왼쪽부터)백정완 대우건설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는 내년 3월 전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올해 실적 악화에 직면한 대형 건설사 CEO(최고경영자) 교체 '칼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특히, 조기인사 카드로 인원 감축이나 조직 슬림화에 들어가면서 임원급 쇄신인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오는 12월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백정완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후임으로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백 사장은 임기인 내년 2월28일까지 사장직은 유지한다. 2022년 2월 중흥그룹과의 인수합병(M&A) 직후 수장에 오른 백 사장은 1985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한 곳에 몸담은 '대우맨'이다. 주택건축본부장 출신으로 대우건설의 주택건축사업 부문을 이끌었던 그는 부임 첫해 최대 영업실적을 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회사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주택건축 사업에서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원가율이 90.8%(상반기 기준)까지 치솟으며 실적이 급감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올해 연결기준 3분기 실적을 공시한 대우건설 영업이익은 62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7.2% 감소해 주요 건설사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에 따라 실적 급감이 백 사장이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임한 배경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올해 건설업계는 △포스코이앤씨 △GS건설 △신세계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건설사 중심으로 CEO가 대거 교체된 바 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자 기업의 살림꾼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과 재무 능력을 중심으로 새 대표가 선임됐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측은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닌 자진사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11월 중순에 연말 정기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해왔는데 시기적으로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둔 백 사장이 신임 대표 체제에서 빠른 조직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에서 용단을 내렸다"면서 "빠른 조직 안정화와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3월까지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의 인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먼저 대표이사직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은 롯데건설이다. 2022년 12월 롯데건설 수장에 오른 박현철 대표이사의 임기는 오는 12월 8일이다. 박 대표 역시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약 40년 간 롯데그룹에서 일한 '롯데맨'이다. 박 대표는 부임 직후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응하는 데 주력했다. 

롯데건설의 2022년 11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9000억원이였다. 박 대표는 증권사와 시중은행과 함께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수혈, 만기 도래 PF에 대응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PF 우발채무는 4조8945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도 2022년 265%에서 올해 상반기 205%까지 낮아졌다. 다만 여전히 과도한 PF 우발채무에 따라 현재 회사는 사업성이 낮은 지방 사업장 등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달 중 실적 발표 예정인 가운데 전반적으로 재무여건이 개선됐으며, PF 사업장 정리의 경우 통상적으로 사업장 관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크게 문제되는 내용은 아니"라면서 "12월 말 그룹사 정기 인사 통해 조직개편이나 인사 방향 정해질 예정이며, CEO 관련 방침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현대엔지어링 CEO 자리에 오른 홍현성 대표는 내년 3월 1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플랜트 사업에 오랜 기간 몸 담은 홍 대표는 해외 플랜트와 국내 주택사업 수주 확대로 매출을 꾸준히 늘려왔다. 취임 첫해인 2022년 8조원대였던 매출은 2023년 13조원을 넘긴 뒤 올해는 시장 연간 전망치가 15조원에 달한다. 

최근 발표한 현대건설의 잠정실적 자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1조94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외건설에서 두각을 드러낸 만큼 100%로 치솟은 해외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일은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도 내년 3월 24일 임기가 만료된다. 다만 포스코그룹 사내이사 임기는 통상 1년이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고 내년까지 수익률 회복을 위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만큼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가운데 대형건설사들의 CEO 교체 칼 끝은 연말 임원 인사에도 겨눠질 전망이다. 국내 10대 건설사들이 지난 상반기에는 고위급 임원들에 대해 급여삭감을 비롯해 법인카드 사용제한, 출장자제 등 허리띠 졸라매기 등에 나섰으나, 하반기 들어 인적쇄신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실제 연말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 부진이 현실화한 가운데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조기 임원인사에 나섰다. 양사는 지난해 12월중 임원인사를 단행했지만, 올해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이르게 임원인사를 진행한 것이다. 

DL이앤씨는 신규 선임 임원이 총 6명으로, 지난해 9명 대비 승진 임원수가 줄었다. 앞서 회사는 지난 3월 임원 인사를 통해 주택본부장 등 임원 18명을 교체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17일 임원 17명이 회사를 떠났다. 반면 신규 임원 승진은 2명에 그쳤다. 이에 총 임원수가 66명에서 51명으로 줄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전반에서 경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조직개편과 연말 정기 인사 역시 현장 중심의 경영 확대, 본사 관리 조직과 인원 슬림화 등과 같은 흐름에서 내실 다지기 차원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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