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쉬운데 해지는 어렵다?"···실손보험 이중잣대 '논란'
"가입은 쉬운데 해지는 어렵다?"···실손보험 이중잣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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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보험사, 가입·중지 방법 달라···지점 내방"
보험사 9곳 중 삼성화재, KB손보만 콜센터서 가능
"소비자 선택권 보장 차원서 온라인 프로세스 마련"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 직장인 김모씨는 회사에서 가입해 준 단체 실손보험과 개인 실손보험을 중복가입하더라도 치료비를 이중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알고 개인 실손보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김씨의 개인 실손보험 가입사인 A보험사는 실손보험 해지를 위해서는 고객이 지점에 내방해야 한다고 안내했고, 김씨는 관련 지점에 방문하기 위해 반차를 냈다. 그런데 같은 상황이었던 동료 이모씨의 B보험사는 전화로도 개인 실손보험을 중지가 가능했다. 김씨는 "가입은 전화나 온라인으로 가능하면서 정작 해지는 고객이 직접 가야하고, 또 해지에 대한 편의성도 회사마다 다르다 보니 손해보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이 개인·단체 실손보험의 중복 가입을 막기 위해 내년부터 '단체 실손보험 중지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실손보험 해지에 따른 소비자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 입장에선 복잡한 지점 방문보다 전화 등을 통한 해지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사 설명의무' 등을 이유로 지점 방문을 사실상 종용하고 있다.  

◇ 실손보험 판매사 9곳 중 2곳만 '개인실손보험 비대면 중지' 가능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4세대·노후·유병력자·단체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9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농협손보·삼성생명·한화생명) 중 2곳(삼성화재·KB손보)만 콜센터를 통해 개인 실손보험 중지가 가능했다.

삼성화재는 다이렉트나 다른 CM채널 가입한 고객의 경우 콜센터를 통해 해지가 가능하며, KB손보도 TM(텔레마케팅)이나 다이렉트 채널에서 단독 실손보험을 가입한 고객이라면 콜센터를 통해 관련 서류를 제출할 경우 개인 실손보험 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 양사 모두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에 한해 지점이나 고객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실손보험 중지가 가능한 셈이다.

KB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의 디지털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휴대폰으로 자필 서명을 받고 본인 인증이 가능한 상품에 한정해 보험사 혹은 보험대리점 등을 방문하거나, 보험설계사와 대면을 할 필요 없이 콜센터를 통해 실손보험을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보험 해지가 가입에 비해 불편하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손보험 등 보험 가입은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유독 해지 업무는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설계사를 통해서만 진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 콜센터를 통해 실손보험 계약 중지를 요구한 또 다른 가입자도 "개인과 단체실손보험에 중복 가입된 가입자가 개인 실손보험을 중지한 이후 재가입할 경우 상품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개인 실손을 중지하려고 콜센터에 연락했었다"며 "보험 가입할 땐 온라인으로 했는데, 굳이 지점을 방문해 직접 중지 신청을 한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을 외치는 보험사들이 소비자 편의에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보험사 "설명 의무" VS 소비자단체 "선택권 존중"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관련 설명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대면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 실손보험 중지를 희망하는 고객에게 지점 내방을 안내하는 것은 실손보험 상품 특징과 재가입시 유의점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추후 민원 등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단독실손을 가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종합보험 형태로 실손 특약을 드는 고객들도 많다"며 "고객들이 실제로 어떤 상품에 가입했고 중지하면 어떤 상황이 되는지, 보험료 변화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어 지점 내방을 하시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상품 해약이나 중지 시에는 기본적으로 본인 서명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시스템으로 본인 확인 절차를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품 특징 등 설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보니 설계사나 지점 방문을 통해 실손보험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보험상품을 해지하는 절차가 복잡한 것 역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 프로세스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과거와 달리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대면으로 중지해야 하는 절차 자체가 선택권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어서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온라인 채널이나 TM을 통해 가입한 고객들에게 굳이 설계사나 지점 방문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일부 보험사들은 설명 의무를 다한다는 구실로 고객 방문을 유도해 자연스레 정보를 물어보고 회사 DB로 축적하는 경우도 있다. 전산 시스템 구축이 어렵지 않다면 소비자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도 온라인 프로세스를 따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초 개인·단체 실손보험 중복가입 해소방안으로 △단체실손보험중지 제도 도입 △개인 실손보험 중지 후 재가입시 상품선택권 확대 △실손보험 중지제도에 대한 소비자 안내 강화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실제 제도는 약관 등 기초서류 변경, 전산시스템 정비 등이 완료되는 대로 내년 1월 이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당국도 개인 실손보험 중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개별 회사가 정할 사안이라 따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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