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당분간 무역적자 지속···高유가·글로벌 경기 둔화"
한은 "당분간 무역적자 지속···高유가·글로벌 경기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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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BOK이슈노트···무역수지 적자 원인·지속가능성 점검
2011~2013년比 휴대폰·선박·자동차 수출↓···해외 생산도↑
"유가 내리면 무역수지 개선될 것···경상흑자도 지속 전망"
부산항 신선대 부두. (사진=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부두.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에는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수입 단가의 급등 영향이 지배적이었으나, 주력품목 수출 둔화 및 해외생산 확대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도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무역수지는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을 비롯해 수출 둔화, 수입 증가 등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당분가 적자 흐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6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주욱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비(非)자원국의 공통적인 현상이나, 올해 적자규모가 과거 원자재가격 상승기보다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이는 14년여 만에 기록한 5개월 연속 적자 기록이며, 월간으로도 과거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 기록이다. 종전 최대치인 올해 1월(-49억500만달러)과 비교해도 무려 두 배가량 높다. 연간으로도 247억2700만달러의 적자를 보이면서 종전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선 최근 무역적자는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입 단가가 급등한 영향에서 대부분 기인했다. 올해 1~8월중 무역수지는 지난해보다 454억달러 감소했는데, 이중 단가요인에 의한 감소폭만 무려 472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에너지·석유제품(정유)의 단가요인(-353억달러)은 올해 무역수지 감소폭의 78%를 차지했다. 반대로 물량요인은 18억달러 개선됐다.

구조적으로 보면 수출입 구조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휴대폰·디스플레이(LCD)·선박·자동차 등 과거 주력 품목의 수출이 둔화됐다. 이들 품목은 과거 고유가 시기(2011~2013년)에도 원자재 수입 급증을 뚫고 무역흦가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의 수출은 상당 기간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에는 에너지·광물 부문에서의 적자를 보완하지 못했다.

품목별 무역수지(연간 평균). (사진= 한국은행)
품목별 무역수지(연간 평균). (사진= 한국은행)

지난 2011~2013년 무선통신의 무역흑자는 199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 1~8월 중으로는 26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고유가 시기와 비교해 무려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57% △선박 36.4% △디스플레이 85.5% 등은 모두 흑자 규모가 축소됐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같은 기간 무려 322.5% 성장해 주력품목 수출 둔화 흐름을 유일하게 방어했다.

이와 함께 주력품목의 해외생산 확대도 무역수지 악화 지속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조업의 해외생산(매출 기준)은 지난 2010년 2150억달러에서 2019년 3680억달러로 1.7배 증가했고,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생산 비중도 크게 상승했다. 주 과장은 "해외생산 확대는 통관기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나, 가공·중계무역을 증가시킨다"며 "해외투자에서도 이자·배당소득이 발생해 경상수지에선 영향이 일부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무역수지가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둔화 및 수입 증가에 따라 당분간 적자 흐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유가가 안정된다면 무역수지 적자 흐름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주 과장은 "유가가 연평균 10달러씩 내리면 무역수지는 직접적으로 연간 90억달러 내외의 개선 효과를 보일 것"이라면서 "IT·자동차·선박 등 주력품목 수출 역시 글로벌 경기와 동행하겠으나, 친환경‧디지털화 등으로 글로벌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상수지 역시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주 과장은 "무역적자 속에서도 무통관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연간 경상흑자는 유지할 것"이라면서 "단,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월간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교역여건상 주력 산업의 해외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투자여건 개선 및 혁신생태계를 조성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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