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입 급증에 상품수지도 '뚝'···11.8억달러 적자
사상 최대 무역적자 기록한 8월 역성장 가능성 높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 7월 우리나라 상품수지가 10년3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수출 오름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유가 등 원자재 중심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에 경상수지 흑자폭도 대폭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2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7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0억9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40억2000만달러)에 일시적 배당 지급 요인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래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그러나 흑자폭은 1년 전 77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무려 66억2000만달러 줄었다.
이렇듯 경상수지가 크게 줄어든 데에는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가장 크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품수지는 지난 7월 11억8000만달러의 적자를 시현했다. 이는 지난 2012년 4월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적자 기록이다.
통상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종종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도, 상품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며 흑자를 유지해온 바 있다. 하지만 상품수지가 10년여 만에 적자로 돌아서면서 경상수지 흑자폭도 대폭 줄어든 것이다.
상품수지 적자는 원자재 수입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다. 7월 수입(602억3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105억2000만달러(21.2%) 증가했다. 통관수입으로 보면 원자재 수입이 석탄(110.0%), 원유(99.3%) 등을 중심으로 35.5% 급증했고, 자본재(7.6%)·소비재(8.5%)도 증가했다.
반대로 수출(590억5000만달러)은 같은 기간 37억9000만달러(6.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기 둔화 영향에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하면서 오름세가 1년 전(26.9%)보다 크게 둔화됐다. 실제 7월 기준 통관수출을 보면 △유럽연합(EU) 16% △미국 14.9% △동남아 5.2% 등은 오름세를 기록한 데 반해 △일본 -1.7% △중국 -2.7% 등에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미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시현했는데, 이는 과거 1956년부터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적자 기록이다. 종전 최대치인 올해 1월(-49억500만달러)과 비교해도 무려 두 배가량 높았다.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만큼, 경상·상품수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김영환 금융통계부장은 "지난달 무역수지가 이례적으로 큰 적자를 보인 만큼, 상품수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상품수지가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상품수지가 적자로 전환한다면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7월 서비스수지는 1년 전(-2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6억2000만달러가 증가한 3억4000만달러의 흑자를 시현했다. 하위 항목인 운송수지(18억4000만달러)가 높은 수출화물운임에 힘입어 흑자폭이 3억6000만달러 확대됐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인 본원소득수지는 2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1년 전보다 흑자폭이 5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은 1억8000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56억7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22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2억4000만달러 늘어나며 28개월 연속 증가했다. 외국인 국내투자는 42억2000만달러가 늘었다.
아울러 김 부장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무역수지는 왜곡된 개념이라고 밝힌 데 대해 "BPM6라고 국제수지 편제 기준이 국경 위주에서 소유권 위주로 바뀌었고, 여러 나라들이 이를 받아들여 (국제수지를) 편제하고 있다"면서 "무역수지가 왜곡됐다는 표현이라기보단 속보성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