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두 배 넘게 쌓았는데"···당국-은행권, 충당금 적립 '신경전'
"작년 두 배 넘게 쌓았는데"···당국-은행권, 충당금 적립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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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 0.20%···전달 대비 0.04%p↓
5대 은행, 2분기 충당금 1.3조 적립···전년比 2배 이상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충당금 적립을 놓고 금융당국과 은행권 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원화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성실 상환자가 늘어나서가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 등에 따른 착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지속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주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 6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0.20%로 전월 말보다 0.04%포인트(p) 하락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의 비율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05%p 떨어졌다. 이는 2007년 기록 집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다.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0.21% 이후 6개월 만에 또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은행이 분기 말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통상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연체율은 2018년 5월(0.62%)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연체율이 감소한 것은 신규연체 발생액이 줄어든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감소한 것과 달리, 같은 기간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8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연체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을 '코로나 착시'라고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부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피해 차주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이어졌는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네 차례 연장돼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집계한 수치를 보면 은행권이 최근 2년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한 만기연장은 269조원, 이자납입 유예는 1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좋게 나오는 것은 부실이 코로나 착시에 가려졌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이자유예 조치로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터라 잠재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착시라는 지적은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저 수준인 연체율에 따라 충당금 적립 규모도 낮아져야 하지만, 향후 부실화가 우려되는 대출 등에 대비해 미리 쌓는 돈인 충당금 규모는 최근 부쩍 늘어난 상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 2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1조3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80억원)보다 2배 이상 더 쌓았다. 은행들은 부실 폭탄을 막고자 연착륙을 준비 중이라는 의미다.

충당금 규모를 늘렸음에도 은행권은 향후 대손충당금을 더욱 늘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연일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 권고하고 있어서다. 은행권은 손실 흡수능력이 충분하다고 보는 반면, 당국은 시중은행들이 미래 리스크를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계대출 문제로 인한 은행권 부실 우려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손충당금도 더 많이 쌓게 하고 대손적립금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금감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이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자 2분기 중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확대했다"면서도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해 본연의 자금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고 부실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른 대비는 하고 있다"면서 "충당금 규모에 대해 당국과 입장차가 있어서 앞으로 상황에 따라 충당금을 더 적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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