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빙하기'에 40년만기 주담대 인기몰이, 왜?
'대출 빙하기'에 40년만기 주담대 인기몰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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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주담대' 3개월 만에 취급액 1조 육박
고금리·DSR 규제 피하려는 대출 수요 급증
지난 3개월간 신규 취급액 중 50~60% 차지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에 대출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들어 국내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4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완화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40년만기 주담대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NH농협 등 3개 시중은행이 올해 5월부터 7월 말까지 약 3개월간 취급한 40년만기 주담대 건수는 5375건, 금액은 8510억원이다. 이들 은행은 5월 초중순경 40년만기 주담대를 처음 선보였다. 기존 주담대 최장 만기는 33~35년이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 4월 말 40년만기 주담대를 출시했는데, 두 은행 실적까지 합하면 5대 은행에서 1조원 이상의 40년만기 주담대가 실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40년만기 주담대는 출시 3개월여 만에 주담대 전체 신규 취급분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도로 늘고 있다. 주담대 만기가 늘어나면 은행에 갚아야 할 이자총액은 증가하지만,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은 줄고 대출한도는 늘어난다.

최근 금리가 치솟으면서 당장 원리금 부담을 줄이려는 고객과 DSR 규제를 피하려는 고객을 중심으로 40년만기 주담대가 취급되고 있다고 은행업계는 설명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를 받는 사람들은 결국 수중에 돈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한도가 더 나오는 40년만기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자총액은 늘어나지만 3년 정도만 지나면 중간에 상환해도 수수료 부담이 없기 때문에 40년만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은행도 40년만기 주담대 인기가 반가운 입장이다. 중도상환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이자총액은 늘고 연체율 관리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만기를 길게 하면 매월 상환금액이 줄어서 연체에 대한 리스크도 어느 정도 관리가 된다"며 "통상 영업점에서도 고객들에게 만기를 최대한 길게 가져 가도록 (유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추세 속에서 40년만기 주담대의 인기가 대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지 은행권도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06조6804억원으로 40년만기 주담대가 출시된 직후인 4월 말(507조1968억원)보다 5164억원 줄었다. 5대 은행 전체 가계대출 잔액도 올해 1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앞으로 40년만기 주담대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입 차주에 대한 LTV 상한이 80%까지 확대되는 등 대출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이중규제인 DSR을 피해 한도를 최대한 늘리려는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에 여유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지금은 40년만기 주담대를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전체 취급분의 절반 이상을 이미 넘어섰다"며 "LTV 완화에 맞춰서 40년만기 주담대는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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