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尹정부서 엇갈린 두 국책은행장 행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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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기업은행장, 尹정부 첫 국무조정실장 유력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文정부 종료와 함께 퇴임
(왼쪽부터)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문재인 정부와 손발을 맞춰온 두 국책은행장, 이동걸(69) 전 산업은행 회장과 윤종원(62) IBK기업은행장이 윤석열 정부에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은행을 떠났던 이 전 회장과 달리 윤 행장은 행정부 핵심 보직인 국무조정실장으로의 이동이 유력시 되고 있다.

23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윤 정부 첫 국무조정실장으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총리를 보좌하고 전 부처의 업무를 지휘·감독·조율하는 행정부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김대중 정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박근혜 정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문재인 정부),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역대 정부 경제부총리 대부분이 국무조정실장을 거쳤을 정도로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새로운 정부 핵심 보직에 정치색이 다른 지난 정권에서 활동한 인사가 내정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인사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비판을 받았던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행했던 인물인 만큼 반대 선상에 있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로 직전 정부에서 핵심 보직에 있던 인물이 정권이 바뀐 후 또다른 핵심 보직으로 이동한 사례는 드물다"며 "특히 윤종원 행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터라 현 정부의 인사 대상이 아닐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고 밝혔다.

윤 행장이 국무조정실장 유력 후보로 떠오른 배경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손발을 맞춘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윤 행장은 한 총리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 장관 시절이던 2005~2006년 재정경제부 핵심 분과인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한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이었던 2004년엔 윤 행장이 대통령 경제보좌관실에 파견되기도 했다. 한 총리와 윤 행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로 동문이기도 하다.

능력만 두고 봤을 때 국무조정실장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란 평가도 있다. 그는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등 요직을 거치며 거시경제·실물·금융정책 등을 두루 경험한 경제정책 전문가다.

윤종원 행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윤 행장과 이 총재는 인창고등학교(25회 졸업)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80학번)를 나온 동기동문이다. 윤 행장이 2019년 경제수석일 당시 경제전망 논의를 위한 문 전 대통령과 이 총재(당시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간 면담을 주선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 정권 인사로 분류됐던 윤 행장이 윤 정부에서 보기 드물게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면서 정반대의 길을 택한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금융권 대표적인 민주당 인사로 분류되던 이 전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하루 전인 지난 9일 퇴임했다. 지난달 말 사임 의사를 밝힌지 2주 만의 일로 통상 후임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직을 유지했던 과거 산업은행 회장들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였다. 문재인 정부 종료와 함께 직을 내려놓겠다는 이 전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지난 3월 9일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 회장직 유지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요직에 오르면서 민주당 인사로 거론돼 왔다. 지난 2020년 9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가자 20년(민주당 집권), 대한민국 1등 국가"란 건배사를 해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정치색을 과도하게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구조조정, 핵심산업 발굴 등 그동안 성과에 비춰봤을 때 능력 측면에서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치적 색깔이 강했던 점이 정권 이양기에 족쇄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똑같이 문재인 정부와 손발을 맞췄던 윤 행장과 다른 행보를 걷게 된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정권에 몸담았느냐가 인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순 없다"면서도 "보통 공직에 오래 머물렀던 정통관료 출신을 정치적 색깔로 나누기엔 무리가 있는데, 윤 행장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점이 일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학계에 오래 머무르면서 상대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에) 자유로웠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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