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10곳 중 4곳 이자도 못갚는 '좀비기업'
[금융안정보고서] 10곳 중 4곳 이자도 못갚는 '좀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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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좀비기업 비중 39.7%···매해 증가 추세
부도 위기 지속될 경우 정상 회복 어려워져
"이례적 통화완화정책 질서있게 정상화해야"
이자보상배율 취약기업 비중 추이(왼쪽)와 2020년 주요국의 취약기업 비중. (사진= 한국은행)
이자보상배율 취약기업 비중 추이(왼쪽)와 2020년 주요국의 취약기업 비중.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기업 중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 비중이 10곳 중 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수 기준으로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을 하회하는 '취약기업'은 상장·비상장 기업 2520곳 가운데 1001곳(39.7%)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35.1%)과 비교해 4.6%포인트(p) 상승한 값이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비중(33.2%)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하회한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취약기업 가운데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것과 더불어 영업손실이 발생해 이자보상배율이 0 미만인 기업(영업손실 취약기업)은 전년보다 전년보다 3.7%p 상승한 32.6%를 기록했다. 재정건전성이 부실한 기업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여신 기준으로는 32.2%로 보유 여신 434조1000억원 가운데 13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좀비기업 비중은 지난 2016년 29.4% △2017년 30.6% △2018년 33.7% △2019년 35.1% 등으로 매년 늘고 있으며,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28.8%)보다는 중소기업(50.9%)에 집중됐다. 또 국내 취약기업 비중(36.5%)은 기업 수 기준 주요국 평균(39.7%)보다 낮았으나, 여신 기준(24.8%)으로는 주요국 평균(24.8%)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는 초저금리 시대에 따른 금융완화 여건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으면서 기업들의 수익이 나빠진 결과다. 한국은행 자체 추산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성은 상위25%(5.6%), 중위값(1.9%), 하위25%(-1.9%) 등 모든 부문에서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하위25%(2.9%) 비중이 더욱 커졌다.

또한 좀비기업에서 부도 직전 상태에 놓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정상기업으로 회복하는 비율이 크게 하락하고 부도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았다. 좀비기업 1년차 기업들은 37.6%가 정상 회복하는 데 반해, 8년차는 12.6% 뿐이었다. 반면 부도기업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1년차 4.1%에서 7년차 13.6%로 시간이 장기화할수록 부도 위험은 더욱 늘어났다.

한은은 기업 신용평가에서 이자보상배율의 반영도가 다소 낮아지는 등 차입여건이 완화되면서 취약기업들의 자금조달 및 장기존속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기업의 이자지급능력 개선을 위해서는 이자비용 경감 등 금융지원보다는 국내외 수요회복, 기업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매출 및 영업이익 개선이 보다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아직까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하는 것,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기업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모니터링해 판단해야 하며, 종속 가능성 판단이 되는 기업들을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취약한 기업들이 계속해서 존재하고, 구조조정이 너무 지연된다면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저해하고,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고려할 때 현재의 이례적인 (통화) 완화정책을 점차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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