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이도경 기자] ‘한국형 NASA’를 표방하며 출범한 우주항공청이 1주년을 맞아 누리호(KSLV-Ⅱ) 기술의 민간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누리호의 반복 발사 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방침으로, 현재 발사 운영을 주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항공우주청 개청 1주년을 맞아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의 전환을 공식화하고, 관련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누리호 기술은 조립·발사 경험을 축적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점진적으로 이전되고 있으며, 오는 상반기 중 기술이전 계약 체결이 목표다.
누리호 기술 민간 이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발사체 개발에 참여한 한화가 총괄하고 있다. 2022년, 항공우주연구원이 추진한 '누리호 체계종합기업' 공모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제치고 한화가 단독 주관사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한화는 항우연과의 협력 범위를 꾸준히 확대하며, 조립 공정·품질 보증·시험 절차 등의 기술을 단계적으로 내재화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대전R&D캠퍼스에서 우주항공청, 항우연과 함께 누리호 5호기 단 조립 착수 회의를 열고 장비와 공정 상태를 점검했다. 누리호 4호기는 오는 11월 발사, 5호기는 뒤를 이어 조립 중이다.
박재성 우주항공청 우주수송부문장은 "4·5호기 조립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품질과 안전, 일정 준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누리호 이후를 겨냥한 차세대 발사체 'KSLV-Ⅲ' 개발에도 착수했다. 지난 3월 총괄 제작사로 선정돼 항우연과 공동 개발 중이다. 이 발사체는 달 착륙선, 고성능 위성 등 고난도 임무를 위한 것으로, 2032년까지 세 차례 발사가 예정돼 있다.
또한 한화는 나로호·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항우연 출신 인력 6명을 새로 영입했고, 우주 인터넷·위성통신·정밀 관측을 아우르는 '스페이스 허브'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미국 스페이스X처럼 민간 우주 개발의 중심이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항우연과 한화 간에는 기술이전료 산정 및 지식재산권(IP) 귀속 문제 등에서 이견이 남아 있다. 특히 차세대 발사체 관련 기술의 소유권 문제는 향후 법·제도 정비를 통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화, 항우연과의 협의에서 큰 틀의 의견 접근은 마쳤다"며 "늦어도 올해 안에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7년 이후 민간 독자 발사·운용이 가능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주산업을 미래 국가 성장축으로 삼고 제도 개편과 투자를 병행 중이다. 6·3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 주요 대선 후보인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우주산업 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발사체·위성 분야 R&D 집중 지원을, 김 후보는 2032년 달 탐사, 2045년 화성 탐사 목표를 위한 예산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