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사업 경기 악화와 공사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 확보가 시급해진 건설업계가 사업성이 확실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등 알짜 정비사업지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거나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과거처럼 무리한 수주 경쟁보다는 공사비와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입찰에 참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정비사업 수주를 시작하지 않은 건설사도 많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대형 건설사 중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아직 첫 수주를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도시정비사업의 공사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달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130.99로,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99.86) 대비 30.13% 상승했다.

건설사들의 평균 매출원가율도 지난해 3분기 93%를 넘어서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현대건설은 100.6%까지 상승했으며, GS건설(91.3%)과 HDC현대산업개발(90.9%)도 90%를 초과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적정 원가율로 여겨지는 80%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도시정비사업의 높은 입찰 보증금과 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혈 비용도 건설사들이 수주 경쟁을 기피하는 요인이다. 대규모 보증금을 선납해야 하는 정비사업 특성상 기업의 현금 흐름에 부담이 크며,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성까지 겹쳐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사업 원가율이 90%를 넘어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사업지를 선별적으로 수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수주전은 추진 비용이 크고 경쟁에서 밀리면 모든 비용이 손실로 처리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과 한강변 등 핵심 정비사업지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잇따라 유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GS건설만 입찰에 참여하며 유찰된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사업이다. 이곳은 잠실종합운동장 마이스(MICE) 개발사업과 인접해 있고, 총 공사비만 1조7000억원에 달해 사업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다.

당초 1차 입찰 후 삼성물산이 참여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결국 입찰을 포기하면서 GS건설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경쟁 입찰 부진은 잠실우성뿐만이 아니다. 올해 진행된 주요 도시정비사업 중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은 한남4구역(현대건설-삼성물산)과 경기 성남 은행주공(포스코이앤씨-두산건설) 정도다. 반면 송파 대림가락, 한양3차, 서초 신반포4차, 신용산역북측 등은 2회 이상 입찰이 유찰된 끝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의 주도권이 조합에서 시공사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조합들이 수주 경쟁을 유도하며 시공사를 선택하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입찰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조합들이 원하는 시공사를 끌어들이기 어려워졌다.

실제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조합은 1차 입찰 유찰 후 다수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사비를 기존 3.3㎡당 880만원에서 920만원으로 인상했지만, 추가 입찰이 성사되지 않았다. 심지어 3.3㎡당 공사비 1000만원에 육박하는 사업장조차 건설사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초 삼호가든5차 조합도 시공사 선정 유찰 후 공사비를 990만원까지 인상해 재입찰을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포스코이앤씨 한 곳만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조합은 3월 말 임시총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가격 상승이 공사비 급등을 상쇄하지 못하면서 현재 정비시장의 핵심 이슈는 공사비"라며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하는 구조이다 보니, 주도권이 시공사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처럼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호황기에는 조합과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경기 불황 속에서 조합과 시공사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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