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우리는 신흥 경쟁사의 기술발전과 도전 등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일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피해갈 수 없는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지금은 낙관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분석과 종합적인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목표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 등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정 회장의 이러한 발언 이면에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의 부상이 있다고 본다. 지난 2005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BYD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불과 20여년만에 연 17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거대 업체로 거듭났다. BYD 측은 "기술 우대 정책에 따른 5만여건의 기술특허와 11만명에 이르는 연구인력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BYD가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을 넘어섰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례로 미국 정보통신기술 컨설팅업체 가트너는 최근 '완성차 디지털화 랭킹'을 발표하고 "BYD는 10위권 안에, 현대차그룹은 10위권 밖에 자리했다"며 "현대차그룹은 보유 자원을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효율성 있게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그룹은 신년회 나흘 뒤인 지난 9일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통상 3월에 관련 계획을 발표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1월 초로 앞당겨 한 것이다.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액은 전년 대비 19% 늘어난 24조3000억원으로, 소프트웨어·인공지능 등 미래 사업 경쟁력 제고에 쓰일 예정이다.
소프트웨어 업체와도 밀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다음 날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 엔디비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차와 로보틱스 등 핵심 모빌리티 솔루션을 지능화하고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기술 적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엔디비아와의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속화해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지능형 디바이스로 발전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결국 누가 먼저 미래를 선점하고 더 나은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느냐가 승자와 패자를 가를 것이다. 정 회장도 "혁신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하고, 고객과 긴밀히 소통하는 동시에 원하는 것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해야 제대로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의 혁신은 앞으로 우리나라 수출, 고용 창출, 부품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선도자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