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 사옥 (사진=DB손해보험)
DB손해보험 사옥 (사진=DB손해보험)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DB손해보험이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업계 2위 수성에 성공했다. 장기 보장성 중심의 드라이브와 환경적 요인이 겹쳐 본업과 투자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문제는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개편 등 제도적 불확실성에 노출되면서다. 특히 낙관적 회계 가정을 적용했던 DB손보의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란 진단이 나오면서, 연간 실적으론 2위 수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적 요인에 투자 호조···장기보장성 드라이브에 본업 '탄탄'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78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8% 증가했다. 경쟁자인 메리츠화재(1조4928억원)를 제치고 손보업계 2위 수성에 성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3분기 호실적은 환경적 요인 영향이 컸다. 투자손익(6195억원)이 일년새 65.5%나 급증, 전체 호실적을 견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DB손보 측은 "채권 등의 처분이익과 금리하락에 따른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자산 평가이익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비중이 높은 보험사의 특성상 금리가 하락할수록 기보유한 금리부자산의 평가이익이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DB손보는 자산에서 FVPL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기 말 21.4%(별도 기준)로, 삼성화재(14.9%)나 메리츠화재(18.3%)보다 높아, 금리인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여기에 시장금리가 본격 하락한 3분기 중 교체매매가 진행되면서, 3분기 평가·처분익이 전년 대비 1161억원이나 급증했다. 누적 투자수익률도 3.43%로 전년 동기 대비 0.18%p나 개선됐다.

본업인 보험손익도 누적 기준 1조45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 전반의 보험손익은 3.4% 증가에 그쳤으며, 순익 1위인 삼성화재의 보험손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DB손보의 성장세는 더욱 부각된다.

자동차와 일반 부문의 손익이 각각 33.9%, 316.8% 급감했음에도, 장기보험손익(1조2026억원)이 일년새 12.3%나 증가하며 실적 호조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파업 영향으로 의료비와 장기위험손해율이 전년 말 대비 1.7%p, 2.9%p씩 개선된 영향이 컸다는 진단이다.

다만 해당 성장세엔 이벤트적 요인뿐만 아니라 본업 강화를 위한 노력도 뒷받침됐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월평균 보장성 신규 실적(141억원)이 전분기 대비 10.1% 늘었으며, 신계약 CSM(7754억원)도 같은 기간 12.6%나 급증했다.

이는 대대적 환경 변화를 앞두고 수익성 산정에 유리한 보장성 중심으로 영업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9월 기준 DB손보의 보장성 상품 신계약 CSM 배수는 17.4배로, 저축성 상품(4배)을 크게 상회했다.

이 때문에 25회차 유지율이 73.6%로 전년 말 대비 2.7%p나 하락했지만, 높은 신계약 성장을 중심으로 누적 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131749억원)과 상각익(1조48억원)이 각각 4.7%, 7.3%씩 성장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밖에 3분기 말 DB손해보험의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228.9%로 전년 말 대비 4.2%p 하락했지만, 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상회하는 등 재무건전성도 안정적이다.

◇무·저해지 가정 개편안 변수···DB '울상'-메리츠 '화색'

문제는 제도적 불확실성이다. 특히 DB손보의 경우 변수 노출이 커 연말까지 2위 수성이 어려울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계리적 가정 변경 이슈다. 금융당국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에 있어 충격이 덜한 예외모형 대신 해지율 0%에 수렴하는 원칙모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예상치를 낮출 경우 최선추정부채(BEL)가 늘고 CSM가 감소하면서 수익성 및 건전성 지표의 악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DB손해보험은 상대적으로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온 반면, 메리츠화재는 보수적으로 가정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적용모형 변경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이 올해 계약한 30년납 무해지 보험 상품의 해지율 가정은 가입 1년차 9.6%에서 12년차 2.2%까지 추세적으로 떨어지지만, 13년차부터 29년차까지는 해지율이 1.9%로 고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납시점인 30년차가 돼야 0%로 떨어진다.

반면 메리츠화재의 20년납 무해지 상품의 경우 가입 1년차부터 20년차까지 해지율을 차등적으로 떨어뜨리고 있으며, 가입 16년차부터 20년차까지도 0.5~0.9%의 낮은 해지율을 가정하는 등 DB손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DB손보는 손보업권 내에서도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DB손보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에서 무·저해지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43.2%로, 메리츠화재(34.9%)를 크게 웃돌고 있어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타격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메리츠화재는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원칙모형 기준 해지율 가정 조정 등에 따른 연말 BEL과 CSM 변화가 거의 없다"고 평가한 반면, DB손보는 "(가정 변경) 영향에 대해 현재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6월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올해 및 내년 목표나 추진 과정에 영향이 없는 정도라고만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3분기만 놓고 보면 DB손보의 순익은 4539억원으로 메리츠화재(4951억원)를 하회하고 있어 연말 순위가 뒤집힐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견조한 신계약 성장과 CSM 배수 상승 등으로 CSM 상각익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데다, 200%를 상회한 지급여력비율 등을 근거로 DB손보의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 제도 변경의 영향이 구체적으로 산출되지 않은데다, 사별로 영향도도 차이가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다만 방향성 측면에서 제도 변경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건 업계 공통된 인식이다. 향후 외형확장보단 내실다지기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안정적 지급여력비율을 보유한데다, 자본력이 열위에 있지도 않다"며 "신계약 성장도 목표한 만큼 이루고 있어 점유율 경쟁에서 특별히 뒤쳐질 것이라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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