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생보업계 톱2'를 목표로 내건 이영종(58) 신한라이프 대표의 구상이 순항하고 있다. 상위사보다 열세인 자산규모를 보장성 중심의 수익성 강화와 견조한 재무건전성 등으로 극복하면서 '빅3' 생보사들을 위협하는 성장세를 시현했다.
1일 신한금융그룹의 공시에 따르면 신한라이프의 3분기 누적순이익이 4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나 성장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누적 금융이익(1196억원)이 전년 대비 21.8%나 줄었지만, 본업인 보험부문의 이익(6004억원)이 18.4%나 증가한 영향이다.
순익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영업력이다. 3분기 누적 연납화보험료(APE)가 1조2155억원으로, 불과 1년 만에 63%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GA 중심의 영업채널 강화와 시장 트렌드에 맞는 상품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후 핵심 수익지표로 부상한 계약서비스마진(CSM)의 경우 상반기 7조709억원을 기록, 교보생명(6조1331억원)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이 같은 양상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상반기 신한라이프의 순익(3129억원)은 교보생명(6075억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본업인 보험이익은 4069억원으로 교보생명(306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신한라이프의 상반기 보험료수입이 3조1363억원으로, 상위 3개사(삼성 11.8조원, 한화 8.3조원, 교보 7.4조원)와 비교해 크게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이례적이다. CSM 산정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중심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밸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실제 신한라이프의 상반기 보장성 상품 비중은 74.7%로, 상위 3개사(삼성 50.3%, 한화 47.8%, 교보 36.9%)를 크게 상회했다. 이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1분기(58%)와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16.8%p나 확대됐다. 그 결과 3분기 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16%로 전년 대비 1.35%p나 개선되는 등 주요 수익성 지표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튼튼한 재무건전성 역시 강점이다. 신한라이프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9월 말 기준 230%로, 전년 동기 대비 20.6%p나 개선됐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크게 상회할 뿐더러, 상위 3개 생보사의 상반기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삼성 201.6%, 한화 162.8%, 교보 161.2%)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본격적 금리 사이클 진입으로 보험사 전반의 지급여력비율 하락이 전망된다는 점에서 견고한 재무건전성은 추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적 불확실성은 고민거리다. 3분기 기준 APE(연납화보험료·보험료 1년 단위로 환산)가 일년새 63%나 폭증했음에도, 누적 CSM(7조303억원)가 전년 대비 2.4% 줄어든 것이 대표적 예다.
이는 보험상품의 해약이 증가한 것이 아닌 CSM 산출 과정에서 계리가정을 변경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사 실적부풀리기 논란에 대해 연말까지 계리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미래가정에 기반한 회계인 만큼, 계리가정이 보수적으로 조정될 경우 CSM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신한라이프의 경우 보장성 비중이 높고, 부채 대비 CSM 규모가 커 계리가정 조정 영향이 상위 3개사 대비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계리적 조정으로 인한 보험손익 변동이 우려되는 부분은 있지만, 선반영된 부분이 있어 실적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회계제도 변경의 효과가 사라지진 않는다. 당분간은 CSM 중심의 수익성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안정적 기반의 이익창출을 위해 금융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