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동맹군 구축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패권 경쟁 양상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최근 삼성전자를 방문해 반도체 동맹을 타진했다. 이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직접 만나 논의했으며 동맹 주요 내용은 파운드리 부문의 포괄적 협업 방안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글로벌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62.3%, 삼성전자가 11.5%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으나 대형 고객사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최근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영업실적 역시 장기간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나노, 5나노 등 선단 공정 부문에서 TSMC의 점유율은 92.5%에 이르면서 세계 최대 팹리스 시장인 미국에서는 TSMC 독과점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인텔 역시 2021년 인텔파운드리서비스를 설립했지만,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인텔은 지난달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만약 양사가 동맹을 확정짓게 된다면 파운드리 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파운드리 동맹을 맺을 경우 △공정 기술 교류 △생산 설비 공유 △R&D 협업 등에서 포괄적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한국에, 인텔은 미국, 아일랜드, 이스라엘에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공유하면 전세계 주요 고객사에 대해 권역별 대응을 할 수 있다. 또 양사가 보유한 공정 신기술을 교류해 AI반도체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앞서 SK하이닉스와 TSMC도 지난 4월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양사는 지난 4월 HBM4(6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HBM)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으나, HBM4부터는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다이를 생산하는 데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 등 고객들의 폭넓은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HBM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사는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 기술 결합을 최적화하기 위해 협력하고 HBM 관련 고객 요청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는 TSMC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고유의 공정으로, 인터포저라는 특수 기판 위에 로직 칩인 GPU·xPU와 HBM을 올려 연결하는 패키징 방식. 수평(2D) 기판 위에서 로직 칩과 수직 적층(3D)된 HBM이 하나로 결합하는 형태라 2.5D 패키징으로도 불린다.

또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TSMC OIP 포럼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3E와 엔비디아의 H200이 함께 전시됐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전시를 통해 고객사(엔비디아)·파운드리(TSMC)·메모리(SK하이닉스) 기업의 기술 협력을 부각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행사에서 HBM3E 외에 DDR5 RDIMM(1cnm), DDR5 MCRDIMM도 전시했다. 

TSMC와의 협력은 SK그룹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웨이저자 TSMC 회장과 만나 AI,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SK그룹이 최근 리밸런싱을 통해 AI 중심으로 업계에서는 TSMC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양사의 동맹이 당장 파급효과를 내긴 어려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는 HBM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1위인 TSMC의 협력관계가 더 위력적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인텔이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 (사진=TSMC)
TSMC. (사진=TSMC)

한편 TSMC가 위치한 대만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동맹에 대해 견제하는 분위기다. 대만 경제일보는 23일 양사의 동맹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면서 TSMC의 미세공정과 고객사 기반을 따라잡는데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일보는 TSMC가 순수 파운드리 사업 모델을 갖춘 반면 삼성전자와 인텔은 파운드리와 반도체 설계 등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기업(IDM)이라는 점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IDM의 경우 기술 유출의 우려가 있어 고객사가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길 꺼린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만을 영위하는 TSMC로 고객사가 몰린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다만 미국 역시 반도체 패권을 주도하려는 의지가 있는 만큼 자국 기업인 인텔에 대한 지지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인텔과 협력을 맺는다면 미국 정부의 지원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인텔 역시 삼성전자를 등에 업고 아시아 시장에서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협력한다면 파운드리뿐 아니라 HBM에서도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다만 TSMC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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