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금리를 올린 은행권을 향해 '이자장사' 비판이 거세지면서 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들의 역할을 키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 격화 등 영업환경이 나날이 나빠지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도 쉽지 않아 비은행 성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결의하고 두 보험사의 모(母)회사인 중국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총 인수 가격은 1조5493억원이다.

우리금융이 올해 상반기 한국포스증권을 인수, 이달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곧바로 보험사 인수에 나선 것은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우리금융은 KB·신한·하나·NH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대표 금융그룹이지만, 비은행 계열사가 현저히 적어 은행 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그룹 전체 순이익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 1조1000억원 규모, 고객예탁자산 12조6000억원 규모의 업계 18위권 중형 증권사로 출발했다. 수입보험료를 기준으로 동양생명은 업게 6위, ABL생명은 업계 9위 보험사다. 두 보험사의 총자산만 50조원 규모로, 우리금융은 단숨에 6위권 생보사를 자회사로 두게 됐다.

두 보험사의 연간 순이익은 3761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우리금융 순이익의 14.3%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하면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 인수와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통해 현재 5% 수준인 비은행 의존도(순이익 기준)를 2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적극적인 비은행 계열사 M&A(인수·합병)에 나서면서 금융그룹 간 실적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금융그룹들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문제로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 수요 조절을 위해 금리를 여러차례 올린 은행들을 향해 '이자장사' 비판이 거세진 데다 대출규제 강화 분위기에서 핵심 수익원인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에서 나오는 수익에 한계가 생긴 만큼 비은행 수익으로 이를 메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올해 6월말 기준 4대 금융그룹의 비은행 의존도는 △KB금융 49% △신한금융 31% △하나금융 19.5% △우리금융 5% 등이다. 증권, 보험, 카드 등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춘 KB금융을 제외하고 다른 그룹들은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높거나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매년 5~10%p(포인트) 가까이 널뛰기 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한금융의 비은행 의존도는 지난 2022년 상반기 41%에서 지난해 상반기 40%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상반기엔 31%로 뚝 떨어졌다.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제외하고 증권, 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 다른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특히, PF 부실의 여파로 캐피탈사의 순익 하락폭(43.0%)이 컸다.

하나금융의 경우 2022년 상반기 30%를 기록하던 비은행 의존도가 2023년 상반기 14.4%까지 떨어졌고 올해엔 19.5%까지 회복했다. 은행이 매년 탄탄한 실적을 낼 때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오르락 내리락 했기 때문인데, 이는 기업 실적이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의미다. 업황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은 없지만, 유독 매년 실적 변동폭이 큰 기업이라면 자체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비은행 의존도를 높이려면 해당 기업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이또한 경쟁 포화, PF발(發) 건전성 악화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자체적인 성장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그룹 안팎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우량 매물에 대한 M&A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융그룹들은 사업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시장에 안착한 다른 기업을 인수해 규모를 확장하는 것 외에는 자체적으로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새로운 영업을 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최근 보험, 증권, 캐피탈쪽 매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금융그룹들이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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