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사적 연금시장 발전을 위한 제언
[전문가 기고] 사적 연금시장 발전을 위한 제언
  • 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heesoo_jung@hanafn.com
  • 승인 2022.06.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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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연금시장은 공적연금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금시장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한 1737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명목 GDP의 84%를 차지할 정도다. 이 중에서 사적연금은 747조원으로 전체 연금시장의 43% 수준이다.

2025년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경우 재정고갈이 예상되는 공적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을 보장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사적연금은 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최대 10년 정도의 소득 공백 기간을 커버하거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많은 사람이 노후생활을 위해 사적연금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사적연금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주택연금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개인연금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저축(신탁, 펀드, 보험)과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보험으로 구분된다. 퇴직연금 중에는 개인이 직접 적립하는 개인형 IRP가 대표적이다. 

이와 같이 연금의 종류에 따라 혜택이나 운용방식이 다르고 가입 기간이 장기인 만큼 연금 상품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반응도 많이 있다. 

한편 연금은 언제 가입할 것인가, 적립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수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해 연금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30세대의 연금가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실적배당형 자산과 TDF(Target Date Fund) 등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자산 비중을 변경하는 연금 포트폴리오 관리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또한 연금 수령기간도 종신형이나 10년 이상 장기 수령 비중이 커지는 점도 사적 연금시장의 발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사적연금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연금의 자발적인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중심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

첫째, 세제혜택을 확대함에 있어 연령별 또는 소득수준별로 세제혜택을 차등화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청년층 또는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은 세액공제율을 높여주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복지차원에서 기업이 개인과 1:1 매칭으로 연금을 지원할 경우 정부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중산층에 대한 연금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세액공제 한도 확대, 주택연금의 대상 범위와 한도 조정, 연 1200만원 분리과세 한도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중산층은 연금 적립액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등 재정을 통한 지원을 확대하는 이원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연금 가입기간이 장기인 만큼 중도에 인출하거나 해지하는 비율이 높은데 10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경제적 혜택이나 세제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가입 기간별로 연금수령 시 연금소득세를 일정부문 감면하거나 세율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넷째,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사적연금은 운용수익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금 포트폴리오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 퇴직연금 가입자는 최초 가입 시점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거나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로 하여금 연금 자문서비스 전담 부서 설치를 의무화하고 연금 자문서비스의 고도화, 적절한 자문수수료 수취 허용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연금제도와 상품이 어렵고 복잡해 가입자 입장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유사한 연금제도를 통합하거나 단순화해야 한다. 적립단계에서 특정한 단일 상품으로 운용하기보다 다양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형 IRP의 경우 예금 등 안전한 상품부터 일반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TDF 등 투자상품을 편입할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사적연금시장의 양적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만큼 질적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적연금의 재정 한계를 걱정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위해 장기저축의 관점에서 사적연금 가입을 통해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사적연금이 국가적 차원에서 연금시스템의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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