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해제에도 '1시간 단축' 은행 영업시간 요지부동, 왜?
거리두기 해제에도 '1시간 단축' 은행 영업시간 요지부동,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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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산별중앙교섭서 영업시간 논의 안 해
단축 유지에 '무게'···대안으로 점포 탄력운영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줄어든 은행 영업시간이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영업시간 정상화엔 금융 노사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전날 진행한 제3차 산별중앙교섭에서 임금 인상 등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자리에서 노사는 임금 인상률에 대한 의견차를 보였다. 총액 기준 6.1%의 인상률을 제시한 금융노조와 달리 사용자 측이 올해 인상률로 0.9%를 제시하면서다. 주요 안건에서 노사 간 의견 차이가 큰 상황인 만큼, 뒷전으로 밀려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은행들은 지점 영업시간을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한 시간 단축 운영하고 있다.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영업시간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로 되돌아가야 했으나, 영업시간 단축 조정은 노사 간 협의사항이라 산별중앙교섭에서 합의가 필수다.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다.

노사가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은 데다 협의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사실상 단축된 영업시간이 굳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표단 교섭은 물론이고 실무급에서도 (은행권 영업시간 조정에 대해) 크게 논의된 사항이 없다"면서 "내달 5일 제4차 교섭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그날 상황에 따라 영업시간 관련 논의가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영업시간 단축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은행들은 탄력운영 점포 확대에 나섰다. 영업시간 중 지점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 등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다.

실제로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일부 오프라인 영업점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평일 저녁과 토요일까지 은행 업무가 가능한 이브닝플러스, 토요일플러스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날부터 여의도중앙점, 강남중앙점 등 2개점에서 운영을 시작하는 이브닝플러스 서비스는 오후 4시까지 대면창구와 디지털라운지로 동시 운영되며, 그 이후부터 오후 8시까지는 디지털라운지 디지털데스크 창구를 통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토요일플러스는 기존 디지털라운지 점포를 활용해 평일 영업시간 외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일을 확대했다. 오는 18일 우장산역점을 시작으로 다음 달 2일엔 서울대입구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저녁 6시까지 운영하는 '9 to 6(나인 투 식스) 뱅크'를 전국 72곳으로 확대한 바 있다. 9 to 6 뱅크 직원은 오전조와 오후조로 구성돼 오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조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한다. 고객은 물론, 직원들의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해 선택권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가뜩이나 영업점 축소로 지점 이용이 불편한 상황에서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려면 결국 영업시간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업무를 보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단축영업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라면서도 "앞으로 개점시간을 늘리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점포들이 늘어날 테지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은행 지점만 단축 영업을 고집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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