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상황 안정적이냐' 질문에···임차인 34%만 "그렇다"
'주거상황 안정적이냐' 질문에···임차인 34%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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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
(자료=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최근 집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현재 주거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전·월세 거주자 중에는 3분의 1만이 주거상황을 안정적이라고 여겼다.

그동안 집을 소유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던 20~30대는 최근 집값 상승을 지켜보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과 자산 증식에 대한 기대감에 '내 집 마련'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7일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기업인 바이브컴퍼니에 의뢰해 작성한 '장기공공임대주택 대국민 인식조사'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LH가 수행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설문과 함께 주택·주거와 관련한 대국민 인식 조사와 전문가·이해관계자 심층 설문 등의 결과를 함께 담았다.

대규모 표본(3000명)을 활용한 정량조사와 함께 부동산 전문가·언론인·임대주택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소셜빅데이터조사 등 기법이 동원됐다.

소셜빅데이터조사는 2016년 10월∼2020년 9월 4년간 블로그·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1655만여건의 소스를 텍스트 분석 엔진 '썸트렌드'를 이용해 텍스트 마이닝 분석기법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19~59세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현재 주거 상황이 안정돼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0.8%가 '그렇다'고 답했다.

거주 형태별로 자가주택 거주자의 63.6%가 '그렇다'고 답했고 전·월세 거주자 중에는 33.5%가 '그렇다'고 답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중에는 48.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거주 불안의 이유로는 월세나 전세 보증금 지출 부담이 크다거나 최근 전셋값 상승으로 같은 금액으로 같은 수준의 주거 환경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는 답이 나왔다.

20~30대 젊은 층의 주택 소유 필요성에 대한 생각도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과거 주택 소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를 주도할 정도로 주택에 대한 관심이 기성세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런 현상은 기대감과 위기의식이 함께 작동한 결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 사례를 다수 목격하면서 좋은 직장에서 월급을 받아도 재테크 잘한 것만 못하다는 인식이 강화됐고, 지금 집을 소유하지 않으면 앞으로 집값이 더 올라 사지 못해 실패한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커지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주거지 선택 시 최우선 고려 요소는 △회사 △주변 △동네 등 직장 근접성과 인프라였다. 최근 수년 동안은 신축 단지와 상가 여건 등을 고려하는 경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퇴근 소요 시간으로는 편도 30분에서 1시간을 가장 적당한 시간으로 보고 있고, 가능하면 1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주거지를 정하려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철역 인근 거주를 원하는 '역세권' 선호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미세먼지 등 환경·보건 이슈로 숲이나 작은 정원이 거주지 주변에 있는 '숲세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혼부부나 기혼인 경우 회사뿐 아니라 '친정집'의 위치도 주거지 선택의 중요한 고려 요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신혼부부는 신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사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점은 임신과 출산 시기이며, 이때 가족 수의 증가로 더 넓은 집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신혼부부는 임신 시점에 첫 이사를 고려하고, 출산 후 자녀의 나이가 4~5살이 되는 시점에 초등학교 학군 등을 고려해 두 번째 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후에는 가급적 한 지역에 머물고자 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5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중립이 35.2%를 차지했으며 부정적이라는 답은 8.1%에 불과했다.

기회가 있다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76.6%가 그렇다고 답할 정도로 일반의 인식은 나쁘지 않았다.

임대주택 건립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지난 2017년 조사 당시 치안, 동네 분위기 등을 들었지만, 최근에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공임대주택은 민간 브랜드 아파트와 비교되기보다는 빌라·원룸·다세대주택 등과 비교되고 있었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원룸·다세대주택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체로 만족해 거주자 만족도는 74.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임대주택은 정부가 보증하는 주택으로, 전세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어 안심되고 입주와 퇴거가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신혼부부·청년들은 임대주택 생활을 자가 마련을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었다. 임대주택에 살면서 지출을 줄이고 청약 자금을 차근차근 마련해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임대'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마을'이나 '공공주거단지'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과 임대주택 공급 대상을 중산층으로 확대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소형 위주의 공급에서 중소형 평형 공급을 확대하고 자재 품질이나 층간소음 수준을 민간 브랜드 단지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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