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시공사 해지···거세진 조합 입김에 건설사 '울상'
곳곳서 시공사 해지···거세진 조합 입김에 건설사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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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지 몇 안남아 조합에 '힘'···하이엔드 적용 등 요구
'브랜드 가치' 위해 거절 시, 시공사 해지 사례 잇따라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최근 도시정비사업 조합의 힘이 이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건설사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지역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자연스럽게 조합 우위의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조합은 강해진 힘을 바탕으로 시공사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을 요구하고, 거절 시 시공사 지위를 박탈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해지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달 초에는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이 시공사로 선정했던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 여부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있었고, 또한 DL이앤씨가 제시한 3.3㎡당 535만원의 공사비가 비싸다는 의견도 조합 일각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시공사 해지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에는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조합이 설계 변경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을 빚던 시공사 롯데건설 해임을 재의결했다. 성북구 신월곡1구역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 등의 이유로 시공사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있어 주요 사업지가 점점 줄어들면서, 조합의 입김이 거세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의 사업지라도 더 수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설사가 아쉬운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힘의 우위를 이용해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 더 나은 사업조건을 요구하면서 시공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시공사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갈등이 장기화되면, 사업을 같이할 다른 건설사를 찾는 것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시공사 해지 사례가 부쩍 늘었다"라며 "새로운 주택용지가 없는 서울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정비사업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정비사업 지역이 몇 안 남으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할 기회가 적어짐에 따라, 원래도 '갑'의 위치에 있었던 조합의 힘이 최근 더 세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도 이 같은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조합원 입장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에 따라 '집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를 해지하고 다시 선정하는 절차를 거치더라도 더 좋은 브랜드를 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과 관련해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수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것도 역시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쉽게 적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함에 따라 조합과 마찰을 빚는 것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는 '브랜드 심의' 등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라며 "통상 영업부서에서는 하나의 사업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주장하고, 브랜드 관련 부서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를 거부하면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조합의 시공사 해지 결정은 통상 조합과 시공사 간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인 만큼, 소송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조합이 시공사 해지를 결정하게 되면, 용역 대금 등 큰 비용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귀책 사유를 따지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소송과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고 소송 패소 시, 조합원들에게 비용 부담으로까지 이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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