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빨대 받고 소프넛 선물···공지천서 제로웨이스트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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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사회혁신센터, 담아가게·모아가게 열어 포장재 없는 소비 촉진
6월26일 오후 2시께 강원 춘천 근화동 공지천유원지에서 시민들이 춘천사회혁신센터의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 담아가게·모아가게에 참여하고 있다. 오른쪽은 재충전 트럭 모습.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강원 춘천 근화동 공지천유원지에 화물 전기 트럭 포트로 한대가 들어서자, 페트병을 양손 가득 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6월26일 오후 1시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벌이는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 담아가게·모아가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담아가게·모아가게는 포장재 없는 소비를 촉진하고, 분리수거와 재활용을 통한 자원 순환을 위해 기획됐다. 이 재충전(리필) 트럭에선 빨대나 병뚜껑을 가져온 시민들에게 가상의 에코코인을 주고, 이를 공병에 담아갈 수 있는 주방·욕실용품으로 바꿔줬다.

오후 2시께 공지천유원지에 도착했을 땐 30명이 넘는 시민들이 빨대와 병뚜껑, 아이스 팩을 생활용품과 맞바꾸려 줄을 서고 있었다. 환경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답게 일회용이 아닌 배낭이나 부직포 쇼핑백 같은 다회용 가방에 교환할 물건을 챙겨왔다. 참여자는 백발노인부터 파마머리를 한 중년 여성들,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특정 연령대에서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동 온도계 앞에서 열을 잰 후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장엔 안내원 한명이 시민 간 거리와 발열을 관리했다. 그러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면서 행사 주최 측이 수차례 거리두기를 하라고 강조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아쉬운 시민의식을 보였다. 줄을 서고 15분이 지나자 20명이 더 모여들었다. 차례를 기다리는데, 지나가던 시민이 지인들과 물을 마시고 모았다며 병뚜껑 10개가량을 주고 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생겼다. 

6월26일 오후 2시30분께 강원 춘천 근화동 공지천유원지에서 시민들이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 담아가게·모아가게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담아가게·모아가게를 통해 수거된 아이스 팩과 빨대, 병뚜껑. (사진=김현경 기자)  

행사 시작 1시간 20분 만인 2시20분엔 담당자가 준비했던 세탁 세제 물량이 다 떨어졌다고 알렸다. 임창규 춘천사회혁신센터 지역협력팀 매니저에 따르면 보통 찾아가는 담아가게·모아가게는 오후 7시까지 계획하지만, 이용자가 많을 땐 몇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동나 조기 마감한 적도 있다. 그 후로 15분을 더 기다려 직접 가져온 아이스 팩 4개와 빨대 10개, 한 시민이 주고 간 병뚜껑을 주최 측에 건넸고 에코코인 4개를 받았다. 

이 에코코인으로는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같은 소다류를 용기에 담아가거나 친환경을 표방하는 상품으로 바꿔 갈 수 있다. 준비된 상품으론 수세미, 세제 대안으로 주목받는 소프넛, 대나무 칫솔, 생분해되는 치실, 스테인리스 빨대가 있었다. 에코코인 2개로 살 수 있는 수세미와 각 1개가 필요한 대나무 칫솔, 베이킹소다를 선택했다. 맞교환이 끝나자 비가 쏟아졌다. 궂은 날씨에 참가를 위한 줄도 길었지만, 남녀노소 모두 재활용 선순환에 동참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렇게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거둬들인 플라스틱들은 어디로 갈까. 임창규 매니저는 '서울파이낸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병뚜껑과 빨대는 다른 플라스틱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서 분리수거, 배출이 잘 안 돼 재사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이런 플라스틱 자원을 사용하는 센터로 보내고, 아이스 팩의 경우 세척하고 스티커를 붙여 재사용 프로젝트를 하는 곳에 전달한다"고 했다.

에코코인으로 교환한 수세미·대나무 칫솔·베이킹소다와 에코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 목록. (사진=김현경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온 이 제로웨이스트 프로젝트에 이용자 반응도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캠페인 경험 후 효과를 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도 많은 데다 호기심을 갖는 이들 덕이다. 한번 이동식 가게를 운영할 때마다 평균 200명이 방문할 정도다. 물품 양으로 따지면 20리터 말통으로 소다류 4종과 액체류 3종이 소진된다. 올해는 애초 이달 3일까지 10회 열기로 했지만, 춘천시가 1일부터 2주간 사회적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면서 나머지 2회는 취소됐다. 

한번 행사를 열 때마다 드는 운영 인력비와 물품 구매비를 모두 더하면 대략 100만원이 소요된다. 임 매니저는 "이 사업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하는 도시 공간 실험 사업의 일환"이라며 "수익 사업이 아닐뿐더러, 수집된 자원들이 물품 구매비를 충당할 만큼 많은 수익이 나는 건 아니다. 사업은 행정안전부와 춘천시가 매칭해서 나오는 공공 재원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5월25일엔 이재영 행안부 차관이 춘천을 찾아 재충전 트럭을 체험하기도 했다.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지방 자치 단체를 찾아가는 혁신현장투어의 첫 출발지로 강원·충청권역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담아가게는 이날 지자체 첫 우수사례로 소개됐으며, 이 차관은 "지역 현장에서의 민관 협치를 통한 혁신사례 확산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들이 재충전 트럭에서 공병에 세제류를 담고 있는 모습과 에코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는 상품 모습. (사진=커먼즈필드 공식 인스타그램)   

한편, 춘천사회혁신센터는 공공 영역에서 해결하지 못한 지역 문제를 주민 주도로 해결하기 위해 2018년 12월 세워졌다. 지역 현안을 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공간인 커먼즈필드도 운영한다. 

◇ 용어 설명
▲제로웨이스트=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해 쓰레기 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친환경적 가치관이나 삶을 말한다. 모든 제품과 포장, 자재를 태우지 않으며, 환경이나 인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로 배출하지 않는다.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해 폐기물을 없애는 것 이상의 것을 포함하는데, 제품 생산부터 소비 흐름을 크게 바꿔 낭비가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개인 용기에 음식 포장하기, 남은 재료를 활용해 요리하기, 옷 수선, 손수건 이용, 텀블러·장바구니 사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자제가 있다. 비슷한 말로 환경 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자는 레스웨이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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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섭 2021-07-11 09:47:16
이렇게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거둬들인 플라스틱들은 어디로 갈까. 임창규 매니저는 '서울파이낸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병뚜껑과 빨대는 다른 플라스틱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서 분리수거, 배출이 잘 안 돼 재사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이런 플라스틱 자원을 사용하는 센터로 보내고, 아이스 팩의 경우 세척하고 스티커를 붙여 재사용 프로젝트를 하는 곳에 전달한다"고 했다.

여기서 분리수거가 아니고 분리배출, 재사용이 아니라 재활용입니다~
용어가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