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빅4' 현대차그룹, R&D 투자는 글로벌 車기업 중 '10위에 그쳐'
'매출 빅4' 현대차그룹, R&D 투자는 글로벌 車기업 중 '10위에 그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사진= 권진욱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사진= 권진욱 기자)

[서울파이낸스 권진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3개 자동차 그룹 중 매출액 4위에 올랐지만, 연구·개발(R&D)투자액 규모는 10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2.9%로 타 기업들의 5~6%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7일 13개 자동차 그룹의 2020년 R&D 투자 동향을 조사한 '2020년 주요 자동차그룹의 R&D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R&D 투자액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조사대상 13개 자동차기업 중 12개 업체에서 감소했다. 폭스바겐그룹이(138억 유로), 토요타(86.2억 유로), 다임러(86.1억 유로) 등 대부분 매출에 5~6%를 R&D에 투자를 했다. 포드·BMW·혼다도 각각 60억 유로대의 투자를 했다.  

관심을 가졌던 R&D 투자액은 0.5% 감소한 2.9%인 35억유로(4조7111억원)로 상위그룹에 비해 낮은 10위로 나타났다. 투자 비중은 비록 낮았지만, 코로나 19 대유행 속에서도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R&D에 지속적인 투자해 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 솔리드 배터리시스템 등을 인수하는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해 초석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 보면 현대차그룹의 R&D 투자 비중은 다른 자동차 그룹보다는 낮게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고부가가치 제품력, 전동화, 자율주행이 첨단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은 R&D 투자로 분석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 대해 "R&D투자를 좀 더 늘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R&D 투자 규모가 1등인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아우디·벤틀리·포르쉐 등 3개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룹 내 판매대수 비중은 23.3%(130만대)에 불과하나, 매출액 비중은 42.9%로 약 1.8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2016년 '제네시스' 고급브랜드를 출시했으나 세계 판매 374만대 중 12만9000대(2.9%)에 불과해 아직은 R&D투자를 늘리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협회는 조언했다. 전동화도 R&D투자 비중이 높은 폭스바겐, 다임러 등이 전동화 본격 추진하면서 3년 만에 중국 등을 제치고 시장주도권을 탈환했다. 

비교적 빠른 전기차 개발 투자를 한 현대차그룹은 순수전기차(BEV) 모델을 2017년 4종에서 2020년엔 10종으로 확대했으나 GM(9종)·VW(16종)·다임러 (8종) 등이 R&D투자를 확대하면서 급속 추격해오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BEV) 시장점유율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6.3%로 전년대비 1.3%p 증가하는 동안 VW 10.5%, GM 10.8% 등 R&D투자 상위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대폭 증가했다고 자동차산업협회는 설명했다. 

자율주행은 R&D투자비중이 높은 미국, 독일, 일본계가 선두 그룹이며 한국은 이들과 1년 정도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아우디, 일본 혼다 등은 이미 자율주행 레벨3를 출시했고 다임러, BMW, GM 등도 2021년 내 레벨3를 출시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은 2022년 말 양산 출시가 예정돼 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R&D투자가 상대적 미흡한 것은 매출액 대비 낮은 영업이익률로 인해 R&D 투자여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국 경쟁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4~8%대이나 현대차그룹은 2.7%에 불과하다. 지난해 토요타의 영업이익률은 8.1%이며, 테슬라는 6.3%다. GM(5.4%)과 혼다(5%), PSA(5%)도 5%를 웃돌았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또 정부의 대기업 차별적 현금지원 위주 R&D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의 R&D 질적 성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정부 예산 배분은 출연연·대학·중소기업 위주로 이루어져 대기업들은 차별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여기에 대기업 R&D투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내 대기업 R&D와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지속 축소돼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고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매우 큰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 R&D세액공제는 투자액 중 0∼2%에 불과하나 프랑스 30%, 영국 13%, 캐나다 15%, 스페인 25∼42%에 달한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고부가가치화, 전동화, 자율주행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R&D투자 확대가 긴요함을 고려할 때 여건 개선 여지가 많다"며 "기업은 R&D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노사화합, 임금안정 등을 통해 비용절감과 영업이익률 제고에 노력해가는 한편 정부는 글로벌 기업과의 동등 경쟁 환경 조성 차원에서 장기적으론 대기업 차별적 R&D지원을 과감히 폐지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동차 산업은 산업생태계가 중요한 점을 감안해 차량용반도체, 소프트웨어, 수소차관련 부품소재기술, 배터리 등 미래차 관련 주요기술들은 조속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R&D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