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역대급 장마에 서민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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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농·축·수산물 가격 6.4%↑···"김장철까지 영향 미칠 것"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손님이 피망을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박지수 기자)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피망을 고르고 있다. (사진=박지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해서 먹거리 좀 미리 샀어요. 몇 개 담지도 않았는데 18만7000원이 나왔네요." 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주부는 한숨을 쉬며 이 같이 말했다. 

역대 최장 수준의 장마가 이어지면서 밥상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에 긴 장마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이 외식을 자제하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주부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날 주부 A씨는 적상추를 골라 직원에게 보여줬는데 가격을 보곤 깜짝 놀라 내려놨다. 대신 모둠쌈채소를 샀다. A씨는 "모둠쌈채소에 들어 있는 채소들을 개별적으로 사면 더 비싸고, 이게 더 실용적이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적상추 도매가격(㎏)은 4만5860원으로 7월23일 2만6120원에서 2주 만에 두 배(76.0%) 가까이 올랐다. 

샐러드 코너엔 손님들이 붐볐다. 이날 파프리카나 래디시 등을 여러가지 채소와 함께 한 팩에 담아 298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20~30대의 젊은 손님들이 많이 사갔다.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기 위해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으며 식단 조절을 하고 있는 남성은 2580원짜리 닭가슴살 샐러드를 골랐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올랐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장마에 따른 출하 감소 영향을 받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6.4% 올랐다. 농산물(4.9%)에서는 채소류(16.3%)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배추(35.7%), 고구마(37.0%), 양파(39.9%), 상추(35.9%)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특히 신선식품지수가 1년 전보다 8.4% 늘었다. 신선식품지수는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는 2018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신선채소는 1년 전보다 16.5% 올랐고, 생선·해산물과 과일도 각각 6%, 2.2% 올랐다. 

동네마트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같은 날 서울 강동구의 한 동네마트에선 복숭아 한 박스에 4만5000원에 팔고 있었다. 이 날 만난 50대의 주부는 "과일 중 안 오른 게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고기 역시 평소보다 1.5배가량 비싸다"고 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사과 부사 한 상자(10㎏)의 도매가격은 전주보다 53%가량 뛰었다. 복숭아 월미 한 상자(10㎏)도 전주와 견줘 약 30%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장마가 끝나고 난 뒤다. 계속된 폭우로 인해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과일은 당도가 떨어지고, 채소는 짓무르는 등 상품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데다 수급과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10월1일 추석은 물론 김장철까지 이번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에선 농가 등과 계약을 통해 미리 물량을 비축해 둔다. 비축해 둔 물량이 모두 팔리면 가격은 자연스레 오를 수 밖에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긴 장마 뒤에는 품질이 높은 과일이나 채소를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대형마트 외에도 급식처, 음식점 등에서도 품질 높은 과일이나 채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과일값이나 채솟값이 급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긴 장마가 상품 품질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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