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은행장' 양종희 KB금융 차기 회장···'디지털·글로벌' 핵심 과제 (종합)
'非은행장' 양종희 KB금융 차기 회장···'디지털·글로벌' 핵심 과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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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거치지 않은 첫 내부 출신
계열사 대표·부회장 등 '능력 검증'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후보자.(사진 =KB금융)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후보자 (사진=KB금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후보(내정자)로 양종희(62) 부회장이 낙점됐다. 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첫 내부 출신 인사다. 

관료 출신인 임종룡(64) 우리금융 회장을 제외하고 국내 4대 금융그룹 역대 회장들이 모두 은행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은행장 경력없는 양 후보자 내정은 다소 이례적으로 볼 수도 있다. 역으로 은행장 경력이 없는 불리함을,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극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 내정자는 30여년간 KB에 몸담은 KB맨으로서, 9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윤종규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손발을 맞춰온 경험이 있다. KB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을 인물이란 의미다. 양 내정자는 KB금융의 '리딩금융' 수성에 진력하면서 글로벌·비은행·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재무·전략통' 양 내정자···"KB금융 이끌 적임자"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8일 차기 회장 후보자로 양종희 부회장은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추위원들은 양 부회장을 비롯해 허인(62) KB금융 부회장, 김병호(62)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 회장 후보 3명에 대한 회장 자격을 논의한 후 투표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양 내정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으로 선임된다.

회추위는 양 내정자를 두고 그룹 내 재무·전략통으로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KB금융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이날 회장 선임 발표 직후 양 내정자에 대해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소통하고 공감하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과 함께 양종희 후보가 제시한 KB금융의 미래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과 가치 경영, 강력한 실행의지와 경영철학이 높이 평가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양 내정자는 1989년 주택은행에 입행, 은행업무를 거친 후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경영관리부장, 전략기획부장(상무), 경영관리담당 부사장 등 핵심 요직을 맡았다.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어 낸 주역이었다. LIG손해보험 인수 후에는 KB손해보험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았다. 양 내정자 체제에서 KB손해보험은 핵심 계열사로 성장, 그룹을 리딩뱅크에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2020년 말 신설된 KB금융 부회장직에 가장 먼저 이동한 양 내정자는 보험·글로벌·디지털·IT·개인고객·WM/연금·SME부문장 등 그룹의 핵심 비즈니스 총괄을 모두 거치며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은행을 직접 이끌어본 경력은 없지만 그룹 부회장으로서 은행과 비은행 업무를 고루 담당했다는 점에서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인물로 평가된다.

◇취약점 '글로벌' 시험대···비은행·디지털 도약 특명

9년 만에 수장이 교체되는 KB금융이지만 양 내정자가 내부 출신으로서 8년간 핵심 계열사와 그룹을 직접 경영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취임 초기 혼란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양 내정자 체제에서 KB금융이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하다. 가장 먼저 다른 금융그룹 대비 취약한 글로벌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KB금융은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리딩뱅크임에도 글로벌 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메리카, 유럽, 중국,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 적극적인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KB금융의 네트워크 수는 현저히 적다. 특히, 지난 2020년 글로벌 부문 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인수했던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이 코로나19를 만나 지난해까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가장 뼈아프다. KB금융이 KB부코핀은행의 성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부문을 강화하겠단 계획을 갖고 있었던 만큼 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 후보자는 지난 2021년 부회장직을 맡으며 글로벌부문을 총괄했던 만큼 관련 취약점과 향후 발전방향을 누구보다 깊게 고민해본 경험이 있다. 특히, 그가 글로벌부문을 총괄하던 2021년 국민은행이 캄보디아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을 인수했다.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는 그룹의 글로벌 핵심 법인으로 성장했다.

아울러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경쟁력을 키워, 보다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임무도 주어졌다. KB금융의 경우 다른 금융그룹 대비 은행과 비은행 간 균형이 조화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금리 하락, 당국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이자이익 중심의 수익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디지털 부문에도 힘을 줘야 한다. KB금융은 윤 회장 체제에서 '넘버원(No.1) 금융플랫폼'이란 캐치프라이즈를 통해 디지털전환(DT)에 속도를 내왔다.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서비스를 아우르면서 보다 편리한 원스톱 종합 플랫폼 구현을 목표로 한 결과, KB스타뱅킹(국민은행), M-able(증권), KB Pay 등 KB금융의 전체 플랫폼 MAU(월간 활성이용자수)가 올해 상반기 2434만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다만, 거대 플랫폼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뱅크, 빅테크 등과의 치열한 경쟁 환경이 펼쳐지고 있는 만큼 양 후보자는 향후 디지털 플랫폼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을 획기적인 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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