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격돌' 차기 은행연합회장···선임 레이스 시동
'민-관 격돌' 차기 은행연합회장···선임 레이스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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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 30일 이사회···회추위 구성·후보군 물색
내달 최종 후보 선임···민관 거친 인사들 '유력'
은행연합회 사옥 전경 (사진=은행연합회)
은행연합회 사옥 전경 (사진=은행연합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김광수(66) 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30일 만료되면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된다. 다수 금융권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른 가운데, 업계 현안과 입장을 잘 이해할 민간 출신과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관료 출신이 두루 거론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선출 절차·일정 등을 논의한다. 이사회는 사원은행장들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몇 차례 회의를 거쳐 다음달 중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이후 회원 총회를 개최,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 지난 2020년 김광수 제14대 은행연합회장 선임 과정을 보면 당시 이사회는 약 한 달간 세 차례 회추위를 거쳐 차기 회장 단독 후보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최종 후보에 대한 윤곽은 다음달 중순경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첫 회추위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은행연합회장은 민간 금융업권 가운데 정부와 가장 많은 소통이 요구돼, 전통적으로 관료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역대 회장 14명 중 김 회장을 포함해 10명이 관료 출신이다. 김 회장의 경우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쳐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후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왼쪽부터)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하마평에 오른 관료 출신으로는 윤종원(63) 전 IBK기업은행장, 정은보(62)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있다. 두 인사 모두 경제·금융 전문가인 데다 기관을 직접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행정고시 27회인 윤 전 행장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등을 거치며 거시경제·실물·금융정책을 두루 경험한 경제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내다 제26대 기업은행장으로 이동했다. 윤석열 정부 초기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되기도 했다.

행정고시 28회인 정 전 원장은 기재부 차관부,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 등을 거쳤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역임한 후 제14대 금융감독원장까지 맡았다. 다만, 은행을 직접 감독하던 인사가 해당 업권을 대변하는 곳의 수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정통 관료인 두 인사 모두 능력이 출중해 정권과 상관 없이 기용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특히, 윤종원 행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인연이 깊어 국조실장까지 내정됐었는데, 최종적으로 성사되지 않으면서 아까운 인물이란 평이 많았다"고 했다.

반대로 성장동력 둔화, 수익성·건전성 악화 등 어려움에 직면한 은행업권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민간 출신이 선임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융그룹 경영진들이 대거 수장직을 내려놨던 만큼 후보군에 오를 수 있는 인사가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다.  

민간 출신으로는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허인(62) KB금융 부회장과 함께 조용병(66) 전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61) 전 NH농협금융 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세 인사 모두 은행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고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수익을 대폭 늘린 성과가 있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다음달 임기가 종료되는 윤종규(68) KB금융 회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 회장은 그룹을 9년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리딩뱅크에 올려놓은, 입지전적 인물이란 점에서 업계를 이끌 탁월한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KB금융 회장 임기만료 직후 은행연합회장으로 취임하기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짧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밖에 조준희(69)·김도진(64) 전 기업은행장과 우리은행장·KB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했던 황영기(71) 전 금융투자협회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관료 출신이라 하더라도 민간(금융지주 회장·은행장)을 거치지 않은 인사가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된 경우는 없었다"며 "민관을 두루 거친 인사가 은행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뜻과 업계의 입장 사이를 잘 조율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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