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웃지 못하는 금융지주, 왜?
상반기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웃지 못하는 금융지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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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가이드, 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익 9조 이상 전망
가계대출 감소에도 기업대출↑·순이자마진 개선
하반기 순익 감소 불가피···수장들 '안전성'에 무게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역시 '역대급 실적'을 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쪼그라든 가계대출 수요에도 금리상승으로 인한 이자이익 증가세가 실적을 견인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호실적 흐름이 하반기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수요 감소와 금융 당국의 예대금리차 축소 압박,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상반기만큼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4대 금융지주는 수익보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는 21일부터 4대 금융지주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는 22일 실적 공개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은 데 이어 금융지주들은 올 상반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갔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보면 4대 금융지주의 올 2분기 합산 순이익은 4조5327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분기를 합산한 상반기 기준으로는 9조원을 넘어서는데, 전망대로라면 금융지주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갈아치우게 된다. 이는 가계대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이 늘어난 데다 금리인상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6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1060조8000억원)은 전월 대비 2801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기업대출 잔액(1125조2000억원)은 6조원 증가했다. 경기 둔화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은행들도 기업대출 영업을 확대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 모습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 덕도 봤다.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빠르게 오르면서 금융지주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이자이익이 많이 불어났을 것이란 얘기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연이은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코픽스 금리 상승으로 2분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상승폭은 1분기보다 확대될 것"이라면서 "높은 시장 변동성, 저조한 가계대출 성장에도 NIM 개선과 기업대출 호조가 실적 방어에 긍정적으로 기여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2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br>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2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금융지주사들의 상반기 호실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으나, 업계의 걱정은 하반기부터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상반기와 달리 실적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말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져도 금융 당국의 예대금리차 축소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충당금을 많이 쌓으라는 당국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꼽힌다. 

금융지주들은 경기 악화 우려로 대손충당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충당금 추가 적립에 나서고 있다. 충당금은 대출 채권 부실에 대비해 적립하는 돈으로, 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 증가추세가 이어질 것이나 가파른 물가부담과 경기둔화 우려로 향후 충당금 부담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환입과정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와 경기둔화 압력이 맞물리면서 대손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만큼 실적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금융지주 수장들도 올해 하반기엔 실적보단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경영전략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커지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려면 철저히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2022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상반기 양호한 재무실적 등 성과도 많았지만, 고객 신뢰에 상처를 입은 아쉬움도 컸다"며 하반기에 집중해야 할 과제로 복합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등을 꼽았다.

같은 날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 및 내실 경영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금리인상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서민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1일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고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핵심"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 가치를 높이자"고 당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요구하는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선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한데, 가계대출 감소에다 추가 충당금이 발생하면 순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반기 경영 전략은 수익이 아닌 리스크 관리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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