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대출 늘렸을 뿐인데"···'이자장사' 오명에 인터넷은행 '부글'
"서민대출 늘렸을 뿐인데"···'이자장사' 오명에 인터넷은행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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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월별 공개···'통계함정'에 웃고 울고
금리인하 효과 '미미'···소비자 체감 효과 '글쎄'
저신용자대출 위축 우려···"은행 성격별로 봐야"
한 고객이 서울 시내 위치한 은행 현금인출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고객이 서울 시내 위치한 은행 현금인출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이자장사'의 지표가 되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취급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오면서 '통계 함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서민금융지원 방침에 따랐던 은행들이 정작 이자장사를 했다는 오명을 받으면서 서민대출 위축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반면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은행 성격별로 금리차를 비교했을 경우 은행별 금리차가 그리 크지 않아 당국이 당초 기대했던 금리인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는 22일 홈페이지 소비자포털에 7월 신규 취급된 은행 대출·수신상품에 대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를 공시했다. 은행 수익과 직결되는 예대금리차를 비교 공시해 수신·대출 금리 경쟁을 유도, 금융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게 제도 도입의 취지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평균 1.37%p(포인트), 인터넷은행 3사는 3.46%p, 전체 은행 19곳은 1.99%p였다. 가계대출 부문에서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은행은 전북은행으로 6.33%p 였고 △토스뱅크 5.6%p △광주은행 3.39%p △케이뱅크 2.46%p △카카오뱅크 2.33%p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준으로 5대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예대금리차가 1.62%p로 가장 컸다.

이날 공시 직후 상대적으로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온 은행들은 서민금융대출을 확대한 영향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나섰다. 이날 공시된 예대금리차는 단순 평균치로, 대출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고객이 많은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금융당국의 관리 아래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던 터라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토스뱅크 36% △케이뱅크 24% △카카오뱅크 22% 등으로 은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비율이 7월 말 기준 38%로 전체 은행 중 가장 높은데, 이러한 사항이 예대금리차 공시의 대출금리에 반영됐다"며 "2%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요구불예금)이 금리에 미반영되면서 수신금리가 고객이 실제 체감하는 금리 대비 낮게 공시됐다"고 설명했다.

가계부문 예대금리차 1위를 차지한 전북은행도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등 서민금융대출의 비중이 높았던 탓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 중 가계부문 예대금리차 1위를 기록한 신한은행도 서민금융대출을 크게 늘렸던 영향으로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해 한해 동안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취약계층 대상에 9751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는데, 이는 주요 은행들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다른 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우리은행 6660억원 △국민은행 5946억원 △하나은행 5485억원 △농협은행 5317억원을 지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통상 7월은 가계대출 수요가 적고 햇살론 등 서민지원대출은 많이 지원된다"며 "지난달 햇살론15를 180억원 지원하는 등 4대 은행 중 가장 많이 했고, 이에 따라 대출평균금리가 상승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예대금리차 공시 만으로는 이러한 세부사항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자장사' 1위로 지목된 은행들은 공시 직후 앞다퉈 해명자료를 냈지만 매월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데 벌써부터 우려하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서민대출 취급을 줄이는 것 아니냔 관측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서민대출을 줄여 평균 대출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은행들이 예대금리차 수준을 맞추고자 상품·금리 라인업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결과적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해당 은행이 어떤 정도의 금리 수준을 산출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도 "각 은행이 처한 상황이 다른데 예대금리차 공시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이런 내부 상황을 알기는 어려울 테고, 결국 금리가 높은 서민대출만 줄이는 걸 은행들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금리효과도 뚜렷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제도 안착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여·34세)는 "대출을 받으러 가는 입장에선 이 은행이 나한테 대출을 해줄지, 몇퍼센트 이자로 얼마나 해줄지가 궁금한 거지 예대금리차 수치로 은행이 얼마나 이익을 남기는지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평균 대출금리는 참고할 수 있지만 예대금리차가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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