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맞먹는 2兆규모 상생안 마련 특명에···은행권 '골머리'
횡재세 맞먹는 2兆규모 상생안 마련 특명에···은행권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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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금융지주, 연내 세부 지원규모·방식 발표
모럴 해저드·형평성·건전성 악화 '난제' 산적
잇단 '빚 탕감'에 '좀비사업자' 양산 지적도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당국-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연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금리인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인하 방식, 인하폭 등 세부 내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충분한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지원 방식에 따라 형평성 논란 등 불필요한 잡음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금융당국 수장들과 8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금리인하를 골자로 한 상생안 시행에 합의를 이루면서 금융권은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말까지 지원 액수, 지원 대상, 지원 방식 등 세부 내용이 담긴 상생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큰 틀에서 거론되는 지원 대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다. 지원 액수는 총 2조원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5대 금융지주별로 약 4000억원, 8대 금융지주별로는 약 2500억원씩 지원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지원 액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횡재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금융권은 역대급 규모의 상생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횡재세는 금융회사 초과 이익에 최대 40%를 부담금 형태로 징수하는 내용으로, 법안에 따르면 올해 12개 은행이 최대 2조원에 달하는 기여금을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지주사에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상생금융) 수준이 안 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며 "횡재세 관련 법안이 나와 있는데, (내용을) 보면 국회나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금융지주사들이) 감안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또 이에 앞서 이달 초 신한금융과 하나은행 등이 1000억원 수준의 상생안을 발표했을 때에도 김 위원장은 "국민 공감대를 만족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지원 방식은 대출금리를 일정 수준까지 대폭 깎아주거나 납부한 이자를 다시 돌려주는 '캐시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사들이 올해 초 내놨던 상생금융안 중 금리인하 지원책의 경우 연 7% 초과 대출만 지원 대상이었는데, 연 5~6% 초과 대출까지 확대 지원해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캐시백의 경우도 하나은행이 다음달부터 특정 기간 동안 전월 납부한 이자를 매달 돌려주는 프로그램을 시행, 총 665억원을 지원할 예정인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방식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생안이 미흡하다는 당국 지적에 따라 지원 규모는 이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큰 틀에서 지원 대상이나 규모 등은 정해졌지만 세부 방식을 놓고서는 은행권의 고민이 크다. 당국과 국민 기대치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은행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적정한 수준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별 이자 경감폭이 다를 경우 수혜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예컨대, 금리를 2%p(포인트) 깎아준 A은행과 3%p 깎아준 B은행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금리를 덜 깎아준 A은행에 비난의 화살이 쏠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자 경감폭 등은 은행별 공동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또 수익 규모가 작은 은행일수록 불리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자 경감에 따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기존 차주와의 형평성 논란도 부담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별로 세부 방안을 섬세하게 조율하지 않을 경우 좋은 일 하고도 비난을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당국에선 관치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구체적인 방식이나 지원 액수를 제시하기보다 은행들이 알아서 준비하란 분위기였는데, 은행 입장에선 오히려 머리가 아파진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이번 이자 경감 조치가 자칫 되살아날 가능성 없는 '좀비' 사업자들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어려운 취약계층을 도와준다는 선한 취지와 별개로, 좀비 사업자 연명에 따른 시장 왜곡과 대규모 부실 누적 가능성에 대해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전 금융권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이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때 증가한 정책금융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재무위험 관리에 실패한 금융기관 및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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