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은행] '역대급 호황' 속 상생금융·신관치 논란 휩싸여
[2023결산-은행] '역대급 호황' 속 상생금융·신관치 논란 휩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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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조원 은행 가계빚 '역대급'···50년 주담대 뒤안길로
이자장사 비판에 1.6조원 '캐시백'···'2조+α' 상생안 마련
KB·신한·우리·농협금융 회장 교체···'新관치' 논란도 거세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장(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및 사원은행 은행장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장(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및 사원은행 은행장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은행권에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고금리 기조 속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아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은 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꼽혔다. 또 이 과정에서 이자장사를 통해 과도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고, 사회 환원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사상 최대 규모인 2조원대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론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횡령, 불법 계좌 개설, 내부정보 거래 이용 등에 이어 최근에는 홍콩H지수 ELS 관련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재현되는 양상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룹 수장들도 대거 교체, '조직 대수술'이 예고되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은행권의 2023년을 돌아본다.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가계대출···50년 주담대 '철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화시키고자 금융사 모니터링 강화, 정책모기지 일부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가계부채 증가세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1조9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이 올해 초부터 불티나게 판매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기존에 30~35년인 만기를 50년까지로 늘려,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고자 50년 만기 주담대를 과도하게 판매했고, 결과적으로 가계부채 급증을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9월 50년 주담대의 DSR 산정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은행들도 50년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 조치를 도입하면서, 50년 만기 주담대는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고금리 부담 민생 지원 총력···은행권, 2兆 상생안 푼다

고금리 장기화 속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큰 수익을 벌어들이면서 이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상생금융' 요구가 거세졌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합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6조5328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15조8506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작년보다 6823억원 늘어난 규모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은행권을 향해 '공공재 역할'을 직접 요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종노릇', '갑질' 등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금융당국 수장들과 은행권은 부랴부랴 상생금융안 마련에 돌입했다.

한 달여간의 논의 끝에 은행권은 지난 21일 이자 환급(캐시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조원+α' 규모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은행에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다.

차주당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연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이자한도 최대 300만원)를 내년 2월부터 환급해준다. 은행권이 지급하는 이자 캐시백 규모만 총 1조6000억원(1인당 평균 85만원 지급)으로, 개인사업자 약 187만명(잠정)이 이자 캐시백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제2의 사모펀드 사태 재현?···홍콩ELS 원금손실 '촉각'

중국 경제 악화 여파로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에서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은행, 증권사 등이 지난 2021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을 19조3000억원 규모로 팔았는데, 내년 상반기 대규모 만기가 돌아오면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만 판매분(16조9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8조3000억원이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ELS 만기는 보통 3년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시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원금손실·Knock-In)' 구간에 진입한다. 이 상품을 판매했던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였던 홍콩H지수는 현재 5600포인트까지 떨어진 상태다.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H지수가 7000~8000선 이상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상품을 대거 판매한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원금 손실 가능성과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홍콩H지수가 반등에 실패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면 과거 라임·옵티머스·DLF(파생결합펀드) 펀드사태 때처럼 손해배상 요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홍콩H지수 ELS상품 소개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는 없었는지 등을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는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가 따로 설치될 예정이다. 은행들도 홍콩ELS 손실 관련 대응팀을 구성하며 대고객 안내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지주 수장 줄줄이 교체···新 회장 시대 열었다

올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신한·우리·NH농협금융 등 4곳이 새로운 회장을 맞으면서 '금융지주 장기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데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회장들이 줄줄이 바뀌면서 관치가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KB금융은 2014년 11월부터 9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윤종규(68)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달 양종희(62) 부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맞았다. 양 회장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 거침없는 추진력 등으로 일찍이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임기만료 계열사 9곳 중 6곳의 CEO를 교체하면서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꾀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2017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6년간 그룹을 이끌어 온 조용병(66) 회장의 뒤를 이어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62)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맞았다. 은행장 시절부터 '고객중심'을 강조해왔던 진 회장은 조직 전반에 '정도경영'을 심는 한편,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서민취약계층 지원 속도도 높이고 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모두 관료 출신 회장 체제에 돌입했다. 올해 1월 연임 도전을 포기한 손태승(64) 우리금융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현재 임종룡(64) 회장(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을 이끌고 있다. 특히, 손 전 회장이 용퇴하기까지 금융당국 수장들이 노골적으로 퇴진을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임 회장 체제에서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강화와 기업금융 영업력 회복 등에 집중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손병환(61) 전 회장의 연임설이 나오던 가운데 이석준(64) 전 국무조정실장을 신임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정부발 세대교체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사적 체질 개선을 약속했던 이 회장은 디지털 전환, 은행-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 개선 등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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