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특례보금자리론' 철퇴···대출한도 1억원까지 '뚝'
'50년 주담대·특례보금자리론' 철퇴···대출한도 1억원까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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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급증 '주범' 지목에 판매 중단···혼란 가중
DSR 산정만기 50→40년···변동금리 대출시 '불리'
주택시장 띄운다더니···차주 자금계획 수정 불가피
서울 한 은행 영업점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 영업점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과도한 가계빚을 유발한다고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특례보금자리론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이면서 금융권과 대출자들의 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상품 모두 고금리 시대 대출자들의 원리금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고, 당국이 독려했던 만큼 흥행에 성공했지만, 돌연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두 상품에 대한 대출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대출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대출 계획 시점에 따라 50년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 '막차'에 올라탄 대출자들만 이익을 보게 된 셈이어서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DSR 우회로 '차단'···연소득 6500만원 차주 한도 1억원 '뚝'

이번 50년 주담대 규제의 골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해 대출한도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DSR는 주담대,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주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제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해 대출가능 금액 자체를 줄이는 만큼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로 여겨진다. 정부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DSR 한도를 40%(은행 기준)로 제한하고 있다.

50년 주담대가 올해 처음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끈 것은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줄일 수 있으면서 대출한도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만기가 길어지면 매월 또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DSR 규제를 우회해 한도를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50년 주담대는 차주별로 모든 대출기간에 대해 상환능력을 보유했는지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만 빌릴 수 있게 된다. 그 외의 경우 대출만기는 최대 40년까지만 가능하다. 그러나 향후 50년간의 미래 소득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충분한 상환능력을 보유했는지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사실상 판매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50년 만기 주담대의 산정 만기가 최대 40년으로 제한되면서 대출한도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은행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이 6500만원(4인가구 중위소득 기준)인 직장인 A씨가 만기 50년짜리 주담대(금리 연 4.5%·원리금균등분할상환)를 받는다고 했을 때, 대출한도는 최대 5억1600만원이다. 이 때 매월 상환금액은 216만4051원, 연 상환금액은 2596만8612원이다.

같은 조건에서 DSR 산정만기가 40년으로 줄었을 때, 대출한도는 최대 4억8100만원으로 50년 만기일 때보다 한도가 3500만원 줄어든다. 이 때 매월 상환금액은 201만7265원, 연 상환금액은 2420만7180원이다.

여기에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을 때 가산금리(약 1%p)가 추가로 붙는 'Stress DSR 제도'가 도입되면, 대출금리가 더 올라가는 만큼 대출한도가 더 줄어든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앞선 직장인 A씨가 같은 조건의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40년 만기로 산정했을 때의 대출한도는 최대 4억2000만원이다. 50년 만기를 가정했을 때와 비교하면 한도가 9600만원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은행, 대책마련 분주···"상환능력 입증 불가능" 불만도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DSR 산정만기 변경, 상환능력 심사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하고 행정지도에 돌입하면서 은행들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미 은행들은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거나 '34세 이하' 연령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당국의 행정지도에 맞춰 앞으로 대출문턱은 더 높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차주의 상환능력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는 당국 지침을 놓고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출 전 기간의 상환능력을 입증하려면 대출자의 미래소득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미래의 소득 상황을 어떻게 현 시점에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겠냐"며 "일단 은행 자율적으로 상환능력 심사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출자가 몇 년 뒤 희망퇴직으로 다니던 직장을 떠날지, 연금을 포함해 은퇴소득이 있다면 일일이 자료를 다 받아야 하는 건지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기준을 마련해야 하니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DSR이 이미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지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대출규제인데, 이걸 넘어서서 상환능력을 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50년 주담대를 판매하지 말라는 신호로 읽힌다"고 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공급 중단···소비자 혼란 가중

50년 주담대와 함께 특례보금자리론 문도 사실상 닫히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혼란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올해 초 도입된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 상승기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기존 정책 모기지보다 지원 대상을 크게 넓힌 게 특징인데, 소득과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DSR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당초 내년 1월 말까지 1년간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파악되면서 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정부 대책 변화로 직격탄을 맞게 된 건 '일반형', 6억원이 넘는 주택이나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 이상인 경우다. 일반형과 함께 기존주택을 3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일시적 2주택자도 오는 27일부터 취급이 중단된다.

서민·실수요층에 해당하는 '우대형'은 계획한 대로 내년 1월까지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로 했지만, 소득이나 주택가격 기준이 제한적인 탓에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려던 수요자들은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들의 우려가 커지는 지점 역시 '한도'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땐 DSR 40%라는 제한선이 있는 반면,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대신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총부채상환비율(DTI) 60%가 적용돼 한도 측면에서 은행권 대비 유리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일각에선 정책 혼선으로 업계와 수요자들의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았던 정부가 다시 대출문턱을 크게 높이면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는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최근 대출이 급증한 데엔 규제 예고로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수요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며 "갑작스러운 정부 대책 변화로 업계와 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 부담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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