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늘리기' 관행에 제동···당국 "가계부채 적정 수준까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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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월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영업행태, 제도개선에 참고"
"연말 머니무브 없어"···연체율 오르는 2금융권, 내달 현장점검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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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것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취급현황을 점검한 결과, 은행들의 관련 리스크 분석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규제 완화 허점을 이용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우회하는 등 대출 행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대출심사·영업행태상 문제점을 개선토록 지도하고, 내년 시행될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제도 등을 활용해 향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개최한 2023년 하반기 은행·중소서민부문 주요현안 기자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리스크 무시하고 만기 확대" 지적

먼저 금감원은 금융권 가계대출에 대해 최근 들어 증가폭이 다소 둔화되고 있다고 봤다. 11월 중 가계대출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관리 강화로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2월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중단, 주택거래량 감소세 등의 요인으로 증가폭의 완만한 감소세를 예상했다.

다만 최근 시행한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에서 은행권의 대출심사 및 영업행태상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이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선 바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자 가계대출 규제 준수 여부와 여신심사의 적정성 등 가계대출 취급현황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점검 결과 최장만기 확대는 DSR 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변경 사항임에도 대부분 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과정에서 상품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 심사 없이 부서장 전결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리스크부서 합의 등은 진행됐으나, 리스크 분석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심사·리스크부서의 우려사항이 무시되고 영업부서 의견대로 진행되는 등 사전 심사가 미흡했다. 일부 은행은 영업점에 '영업경쟁력 제고', '대출한도 증대 효과'를 안내하는 등 만기 확대를 영업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안내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당국이 행정지도를 통해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 가계대출 취급 관련 항목을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음에도 다수 은행에서 직·간접적으로 가계대출 확대와 성과가 비례하는 KPI를 설정하고, 일부 은행은 그 결과를 인사보상과 연계했다. 규제 완화 허점을 이용한 DSR 우회와 우량 가계대출(1억원 이하) 취급 시 고DSR로 취급하도록 독려하는 등 특례를 남용한 사례도 나타났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부문 부원장은 "실수요자 대출은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가운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적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며 "현재 세부방안 협의 중인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 방안은 연내 발표 후 내년부터 시행하고, 점검 결과 문제점이 나타난 은행권 영업행태는 향후 제도개선에 참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금융권 자금 조달 '이상 無'···"2금융권 당분간 연체율 오를 것"

당국은 연말 고금리 정기예금 및 퇴직연금 만기 집중 등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같은 대규모 머니무브는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권과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온 만큼 은행 및 비은행 예금 수취기관 모두 조달 여건이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10월 말 기준 은행의 원화예수금은 2055조2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9조2000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20조8000억원 줄었으나, 저축성예금은 11조8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예수금 등 조달금리도 시장 변동성 수준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 9월 3.99%에서 10월 4.11%로 오른 후, 이달 24일 기준 4.04%에 머무르고 있다. 당국은 예수금 변동성 확대 등 이상징후를 감지할 시 금융사 유동성 및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단 계획이다.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둔화 영향으로 오르는 제2금융권 연체율과 관련해선 시스템 위기로 번질 우려는 없다고 판단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15%로 전분기 말(5.33%) 대비 0.82%포인트(p) 상승했다. 2분기(0.26%p)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으나, 1분기(1.66%p)와 비교했을 땐 낮은 수준의 상승 폭이다. 

상호금융 연체율은 3.10%로 전분기 대비 0.30%p 상승했다. 여전업권 중 카드사 연체율은 1.60%, 캐피탈사는 1.81%로 전분기 말 대비 각각 0.02%p, 0.03%p 올랐다. 중소서민금융권 자본비율의 경우 신용 손실 확대에 대비한 선제적인 자본 확충 등으로 규제 비율을 웃돌고 있다.

다만, 현재의 금리 수준 지속과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을 감안해 취약자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관리를 집중 감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건전성 이상징후 발견 시 필요한 대응 조치를 신속히 취할 계획이다.

이 부원장은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고금리를 부담을 해야 하는 기간들이 길어지면서 당분간은 연체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 달 현장점검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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