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이드] 야구팬들, 티빙에 또 화났다···이번엔 무슨 일?
[OTT가이드] 야구팬들, 티빙에 또 화났다···이번엔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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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야구예능 '야구대표자'···특정팀 차별·패널 구성 등 논란
'야구대표자'의 피해자(?)가 돼버린 키움히어로즈. (사진=연합뉴스)
'야구대표자'의 피해자(?)가 돼버린 키움히어로즈.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올해 초 프로야구 모바일 중계권을 티빙이 구입했을 때 사람들은 "이제 야구도 돈내고 봐야 하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 불만이 잠잠해질 때쯤 티빙의 시범경기 중계는 야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내용으로 야구팬들의 비난을 샀다. 결국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는 3월 미디어데이에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시즌 개막 이후 초반까지는 논란이 지속됐으나 티빙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이전보다 한결 나아진 중계 수준을 갖추며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티빙의 중계에 적응해갔다. 이를 바탕으로 티빙은 국내 OTT 점유율에서 넷플릭스와 대등한 수준을 이루며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이제 어느덧 2024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팀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티빙이 뜬금없이 야구팬들을 화나게 할만한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단순히 해프닝 정도로 웃고 넘길 수 있겠지만, 어떤 팀의 팬들은 조롱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불쾌감을 유발한 프로그램이다. 바로 티빙 오리지널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 이야기다. 

'야구대표자'는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대표하는 '대표자'가 모여 각자의 팀과 야구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인 '대표자'를 이어받았다. 프로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야구를 잘 모르는 팬들에게는 야구에 '입덕'할 기회를, 야구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공감을 가져다 주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야구대표자'. (사진=티빙)
'야구대표자'. (사진=티빙 유튜브 캡쳐)

◇ 키움팬의 깊은 분노···9개 구단 팬들도 위로

별 문제가 없어보이는 '야구대표자'는 프로그램의 프롤로그격인 '0화'가 공개되자 논란이 시작됐다. 우선 10개 구단의 '대표자'를 살펴보면, △롯데자이언츠는 팀 내 영구결번 선수인 이대호 △기아타이거즈는 프렌차이즈 스타 윤석민 △두산베어스는 원클럽맨 100승 투수 유희관 △SSG랜더스는 삼미시절부터 골수팬이었던 개그맨 지상렬 △LG트윈스는 역시 골수팬으로 알려진 배우 이종혁 △한화이글스는 편파중계 방송을 하는 인터넷 방송인 매직박 △NC다이노스는 마산 출신 개그맨 김동하 △KT위즈는 농구선수 출신으로 수원에 거주 중이고 황재균과도 친한 하승진 △삼성라이온즈는 왕조시절 유격수 김상수의 친동생인 가수 우디 등이 있다. 

그리고 키움히어로즈 대표자는 아이돌그룹 LUN8의 멤버 준우다. 준우는 0화 영상에서 "올해부터 팬이 됐다"고 당당하게 밝히며 '어린이 야구사전'과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준우의 출연에 대해 "다른 팀 대표자는 누구나 알만한 찐팬이거나 팀 내 레전드 선수인데 키움은 왜 그러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장 이런 반응은 "티빙이 키움히어로즈만 차별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키움팬들은 프로야구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구대표자'의 이런 구성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 키움히어로즈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팀이다. 9개 구단이 모기업의 계열사로 모기업의 마케팅 지원을 든든하게 받는 반면 키움히어로즈는 단일 사업체로 메인스폰서의 사명을 팀명으로 정한다. 

지난해 3월 키움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인 키움증권과 5년 계약 연장을 체결하면서 '키움' 이름은 2028년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업구조 때문에 키움히어로즈는 다른 팀보다 재정이 부족한 팀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 재정이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매년 팀의 핵심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거나 타팀과 트레이드되면서 '선수 팔아 돈 버는 팀'이라는 인상이 생기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팀 내 핵심선수인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로 진출했고 올 시즌이 끝나면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다. 또 시즌 중에는 서울 양천구 히어로즈 리틀야구단 출신의 '성골 유스' 김휘집이 신인드래프트 지명권과 트레이드 돼 NC다이노스로 자리를 옮겼다.

팀 내 주축 선수들이 모두 떠나면서 박탈감이 쌓여가는 키움팬들에게 '야구대표자'의 패널 구성은 노골적인 차별과 조롱으로 보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21일 1화가 공개된 이후에는 키움히어로즈의 응원가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력을 자랑하는 준우의 모습에 키움팬들이 더 분노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넥센히어로즈 시절에는 서건창, 박병호, 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과 벤덴헐크, 소사, 손승락, 한현희 등이 제 역할을 하면서 개인타이틀 부문 10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음에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뼈아픈 시즌이다. 키움팬들에게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우승을 하지 못한 것' 외에는 의미가 전혀 없다. 키움히어로즈는 2008년 창단 이후 현재까지 우승 기록이 없는 팀이다. 

키움팬들의 이 같은 분노에는 타팀팬들도 많은 공감을 해주고 있다. 프로그램 패널 구성에서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고 아니나 다를까 1화에서 준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구대표자'. (사진=티빙 유튜브 캡쳐)
'야구대표자'. (사진=티빙 유튜브 캡쳐)

◇ 프로야구 흥행을 이해하지 못한 패널 구성

여기에 일각에서는 '야구대표자'의 패널이 전부 남자라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에 진입한 가운데 야구계에서는 이 같은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20대 여성관중'의 유입이 주요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계 카메라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여성팬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패널로 프로그램이 꾸려진 점은 야구를 좋아하는 여성팬들의 시각과 의견을 외면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우려는 일부 야구팬들의 주장처럼 "여자들은 야구선수 얼굴 보고 좋아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기인한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아이돌 문화가 야구팬으로 유입돼 야구문화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을 통해 야구팬들의 우려가 이어지면서 야구로 유입된 신규 팬들도 야구문화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야구대표자' 이전에 방송된 '찐팬구역'에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야구팬들이 출연해 팀에 대한 애환과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구대표자'에는 이 같은 시대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야구대표자'라는 명목으로 선수와 팬이 뒤엉킨 것도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평가다. 10개 구단 팬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이대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만명 기념으로 10개 구단 팬들을 초청해 식사하는 콘텐츠를 진행했다. 

야구팀에 대해 팬의 시선과 선수의 시선은 다르다. 그것이 한데 뒤엉키면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종혁이나 지상렬, 매직박처럼 오래된 팬들은 선수만큼이나 팀을 잘 이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선수와 대등한 수준으로 팀을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레전드와 골수팬이 뒤엉킨 구성에서 준우뿐 아니라 신규팬들도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방송에서 KT위즈 팬으로 출연한 하승진은 팀의 레전드로 더스틴 니퍼트를 언급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건 방송을 보는 KT위즈 팬들도 뜯어 말릴 발언이다. 

'야구대표자'에 대한 이 같은 논란에 티빙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ootb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사로 티빙은 말 그대로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판권을 구매한 것이다. 프로야구에 대한 티빙의 태도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서는 "티빙이 프로야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야구대표자'는 총 10부작으로 이제 처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남은 9회분 동안 프로그램에 쏟아진 비난을 얼마나 반등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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