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금융시장 '롤러코스팅'···당국, 구두개입외 손 놓은 까닭
코로나19에 금융시장 '롤러코스팅'···당국, 구두개입외 손 놓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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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대 급락-원·달러 환율 1200원 목전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정부의 구두개입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확실성 이후 금융당국의 거듭된 구두개입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이 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나흘간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는 6일 2%넘게 반락했고, 이틀간 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11원 이상 점프했다(원화 가치 하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의 실개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5.04p(2.16%) 내린 2040.22로 마감한 6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전광판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45.04p(2.16%) 내린 2040.22로 마감한 6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전광판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2% 이상 하락하며 2040대로 밀렸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04p(2.16%) 내린 2040.22로 마감하며 한 주를 마쳤다. 지난 나흘간 상승세를 이어간 코스피가 닷새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645억원, 2613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시장을 끌어내렸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도 연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69.58p(3.58%) 폭락한 2만6121.2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3.39%)와 나스닥(-3.1%)도 각각 3%대 추락했다. 같은 날 미 국채시장에서 10년물 금리는 장중 0.9%선을 하회하는 등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움직임이 지속하는 중이다. 국채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국채가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이다.

◆코로나19發 안전자산 쏠림 심화 = 코로나19 확산은 달러화의 입지를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1.1원 오른 1192.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크게 심화됐다. 지난달 말 코로나19 공포에 1220원대까지 튀었던 환율은 주요국의 금리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그간 상승분을 반납, 이달 들어 1180원대 초반으로 레벨을 낮췄다. 그러나 이날 다시 11원 이상 급등하며 1200원선을 목전에 뒀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국내를 비롯해 이탈리아, 미국 및 일본 등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발(發)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고 세계 각국에서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경기둔화 우려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며 위험자산 회피(리스크 오프) 심리와 위험자산 선호(리스크 온) 심리가 교차할 때마다 국내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2차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2차 대외경제장관회의 겸 일본 수출규제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율 1200원대 중반에서 당국 적극 개입할 듯" = 지난 1월28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시장불안이 확대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과도할 경우 준비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선제적, 신속, 정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발언까지 5차례이상 간접적 구두개입이 있었다.

시장의 과도한 불안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급등락이 반복될 때마다 당국의 구두개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외적인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에 워낙 강하게 반영되다보니 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국내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증시나 외환시장에서도 급등락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를 의식한 듯) 외환시장의 공격적인 대응도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 레인지를 1180원~1220원으로 잡고 있으며, 이 안에서 환율이 움직인다면 당국도 크게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추세이기 때문에 지금 억지로 개입하는 것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당국도 알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결국 1200원대 중반 이상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지 않는다면 당국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하루 10원 이상 오르면 그 다음날 10원 가까이 빠지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기 전까지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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