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우려에도···대형 건설사 회사채에 돈몰린다
부동산PF 우려에도···대형 건설사 회사채에 돈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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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신용등급에 모기업 '든든'···흥행 성공에 증액
4%대 초반~5%대 후반···대부분 채무 상환에 활용
중견사 "엄두 못낸다"···시장 "'옥석가리기' 본격화"
(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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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에 건설사 투자심리가 위축됐음에도 최근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모집액보다 많은 자금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잇따른 흥행에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건설사들의 숨통이 조금 트일 거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부 건설사들은 여전히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만큼 업계에서는 회사채 시장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롯데건설이 실시한 1년물 단일채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총 344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다. 회사는 최근 PF 부실 뉴스가 연이어 나오며 우려의 중심에 섰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을 받아 미매각 없이 모집액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롯데건설의 신용도는 'A+'(부정적)이었으나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보증을 받으면서 이번 회사채 발행에 앞서 'A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롯데건설은 당장 이번 달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번 회사채 모집으로 조달한 자금은 채무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며, 발행일은 오는 7일로 확인됐다. 발행 금리는 4% 후반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발행물량을 당초 2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줄인 건 회사 현금 사정이 나아졌다는 신호"라며 "모회사의 보증을 받는 이유는 이자비용 절감 사유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지난달 22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 1600억원의 4배가 넘는 685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예정보다 두배 많은 3000억원(△2년물 1500억원 △3년물 1300억원 △5년물 200억원) 무보증 일반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조달금리는 4% 초반대(채권 만기 기간별로 차이)로, 회사 내부적으론 이번 채권 발행에서 감당할 금리를 7%까지 예측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채권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운영비와 자재비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과 건설업종의 상황을 고려하면 무난한 발행 결과라고 본다"며 "실제 조달 금리가 훨씬 낮게 책정돼 총 사채 발행량을 예정보다 2배 가까이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진행한 SK에코플랜트의 회사채 수요예측도 흥행에 성공했다. 회사는 당초 모집금액 1300억원을 예상했으나, 7000억원이 몰렸다. 신용등급은 A-급이지만, SK그룹 계열사인 점과 환경·에너지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회사에 대한 인식이 전환된 결과라는 평가다. 회사채 흥행 소식에 SK에코플랜트는 증권발행조건 정정신고서를 통해 회사채 발행금액을 총 2560억원(△1년물 530억원 △18개월물 750억원 △2년물 1280억원)으로 늘린다고 공시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타 건설사 대비 작은 점과, 회사가 시장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인식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롯데건설,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의 이번 회사채 발행건 정리표.
롯데건설,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의 이번 회사채 발행건 정리표.

그러나 최근 회사채 흥행에 성공한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 침체와 무관한 든든한 모회사를 가져 건설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일반 건설사들과는 근본적으로 처지가 다르다.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이고,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이 보증을 해 신용보강을 받았다. 또 SK에코플랜트는 SK주식회사의 자회사이다. 

실제로 GS건설의 경우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때문에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은 여파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이로 인해 NICE신용평가 등은 GS건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달라지고, 회사채를 통한 자금 확보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GS건설은 GS그룹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종속사에서도 빠져있는 상태로, 모회사 지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우건설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회사채 발행 준비에 돌입해 이번 달 중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건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발행 계획을 중단했다. 섣불리 회사채 발행에 나서 수요예측에서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하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우건설 측은 다른 자금 조달 루트를 확보하고 있으며, 만기되는 대출에 대응할 현금 보유량도 충분해 발행이 당장 시급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형을 제외한 대다수 건설사는 회사채 차환 발행이 더 쉽지 않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30대 건설사의 2024년 회사채 만기 물량은 3조7883억원 수준인데, 중견 건설사에선 △HL D&I 한라(2942억원) △한신공영(1850억원) △아이에스동서(1600억원) 순으로 많은 물량을 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에서 HL D&I 한라(BBB+), 한신공영(BBB), 신세계건설(A), KCC건설(A-), 한양(BBB+)은 모두 미달돼 KDB산업은행이 회사채를 인수해야만 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PF 부실 우려 분위기로 봤을 땐 대기업 수준이 아니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엄두를 내기 힘들 것"며 "부실이 터지지 않는다고 해도 든든한 그룹사의 여부와 높은 신용등급과 낮은 등급 간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차이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흥행에 성공한 건설 회사채에 대해선 "회사가 예상한 자금보다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민평금리 대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아 사실상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또 발행한 회사채들이 단기물에 집중되는 등 급한 불만 끄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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